중국 공산당 간부 합법적 뇌물 고리 … 겸직 사실상 금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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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중국 공산당 간부들은 앞으로 퇴직 후 3년 내에 자신이 근무했거나 재직 당시 맡았던 업무와 관련된 회사에서 일할 수 없게 된다. 또 재직 중 겸직은 한 개에 한해 가능하지만 보수는 받을 수 없다. 다음 달 9일 열리는 당 중앙위 3차 전체회의(3중전회)를 앞두고 당이 고위 공직자들의 부패를 막기 위해 내놓은 개혁 조치다.

 신화통신 등 중국 언론은 31일 당 조직부가 당 간부들의 기업 겸직 문제와 관련,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개혁안을 실행키로 했다고 전했다. 이번 조치에 따르면 현(縣)의 처장급 이상 간부들은 기업 고문 등 한 개의 직책에 대해서만 겸직할 수 있다. 그러나 겸직은 하되 월급이나 보너스, 복리후생기금 등 어떤 종류의 대가도 받지 못한다. 자신의 겸직 내용을 매년 당에 보고해야 하고, 겸직은 한 번만 연임이 가능하며 나이는 70세로 제한했다.

 신밍(辛鳴) 중앙당교 교수는 “한 개의 겸직을 허용하면서 매년 보고를 의무화하고 보수를 못 받게 한 것은 사실상 겸직을 하지 말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중국 공산당에는 겸직 규정이 없어 당 간부 상당수가 기업 등에 이사로 참여해 업체 이익을 보호하면서 그 대가로 거액을 받아 챙겨 사실상 합법적 뇌물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실제로 저장(浙江)성 퉁루궈쯔(桐盧國資)공사의 경우 퉁루현의 재정국 당위원회 부서기가 이사장을 맡는 등 이 회사 이사 12명 모두가 현 정부의 관련 부문 공직자들로 드러났다. 저장성 원저우(溫州)시 골프협회는 시정부에서 근무하는 20여 명이 협회장 등 주요 직책을 맡고 있다. 이처럼 고위 공직자들의 겸직이 사회적 문제로 불거지자 당 조직부는 전관예우에 따른 부패고리를 끊기 위한 조치도 내놓았다. 퇴직 후 3년 내에는 근무지역이나 재직 중 업무와 관련 있는 업종에 재취업을 못하도록 한 것이다.

 한편 신경보(新京報)는 31일 옌수한(嚴書翰) 전 중앙당교 과학사회주의 교연부(敎硏部) 주임의 말을 인용해 이번 3중전회에서 정치체제 개혁이 중점적인 연구토론 대상이 될 것이며 그에 상응하는 조치들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당의 권력을 제한하고 감독하며 지도급 간부들을 발탁하는 제도에 대한 심도 있는 토론과 조치가 나올 것이라는 게 옌 전 주임의 분석이다.

 앞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2015년까지 3600만 호의 서민주택을 보급하라고 29일 지시했다.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민들을 위한 조치인데, 3중전회에서 분배를 강화하는 특단조치가 마련될 것을 시사하고 있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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