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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P! 노화] 10. 일본의 자연요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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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장수촌에 장수인이 없다?’

장수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세계 장수촌의 위기를 경고하는 말이다.서구문명에 물들면서 성인병이 늘어 장수인의 숫자가 크게 줄고 있다는 것. 이와 관련 장수국 일본에서는 ‘전통으로 돌아가자’는 운동이 활발하다.

중앙일보 Stop! 노화 취재팀은 자연의학을 연구하는 세명의 일본 의사를 찾아가 이들이 추구하는 장수의학의 본질과 장수 비결을 들어봤다.

일본 도쿄(東京)위생병원은 환자와 지역주민에게 체계적인 건강교육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병원으로 유명하다. 단순한 의학강좌에서 벗어나 건강식을 만드는 요리교실까지 운영할 정도로 적극적이다.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오사무 미주카미(54)건강의학부장은 "앞으로는 한국이 일본보다 더 오래 사는 장수국이 될 것"이라는 말로 얘기를 시작했다.

장수의학을 논할 때 일본을 모델로 하지 말아달라는 것. 일본이 장수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소박한 전통식 때문이지만, 지금은 서구화된 식사에 길들여져 생활습관병(성인병)의 나라가 됐다는 것이다.

그는 언젠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대부분의 식당이 전통식을 제공하는 것을 보고 부러움을 느꼈다고 했다. 그가 교육과 임상에 적용하고 있는 자연의학의 요체는 크게 두가지. 면역력을 높이고, 인체 내 활성산소로 인한 피해를 줄여 인간이 갖고 있는 자연치유력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 과식은 면역력 떨어뜨려

"스트레스와 가공식품, 그리고 과식은 면역력을 떨어뜨리고, 활성산소(Free Radical)를 과다하게 만들어 세포의 노화를 촉진합니다. 유전자를 손상시켜 암과 같은 질병에 걸리는 것도 이 때문이지요."

활성산소란 '테러 분자'라 할만한 불안정한 산소다. 산소 주위를 돌고 있는 8개의 안정된 전자 중 하나가 탈락하면서 공격성을 드러내는 것. 따라서 인체 내에 활성산소를 적게 만들거나 활동을 억제하는 것이 건강 비결이다.

"고지방.고단백식, 또 인스턴트 식품은 활성산소의 활동을 촉발합니다. 과식은 무리한 소화를 위해 많은 산소를 필요로 하고, 여기서 남은 산소가 활성산소로 바뀌지요." 따라서 그는 "활성 산소를 줄여주는 식품을 섭취하고, 과식을 피하는 것이 장수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긴자(銀座)에서 오모리 클리닉을 열고 있는 다카시 오모리 원장은 과거 폐암전문의였지만 질병치료의 핵심은 자연치유력이라고 생각해 환자에 대한 치료지침을 완전히 바꿨다. 그는 암세포를 죽이기보다 잠자게 해야 한다는 '휴면요법'을 제창, 의학계에 화두를 던진 독특한 인물.

노화 방지를 위한 그의 처방 역시 면역기능 향상과 항산화(抗酸化)요법으로 귀결된다. 다만 장(腸)을 세척해 숙변을 제거한 뒤 유산균을 넣어준다거나 식생활에서 부족한 영양소는 기능성 보조식품으로 보충해주는 적극적인 치료를 시도한다.

"야간 당직으로 피곤한 사람에게 쌀겨에서 추출한 아라비녹실란을 복용시켰더니 줄었던 '자연살해(NK) 세포'가 현저하게 증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 채소.과일 껍질째 먹도록

자연살해 세포는 세균.암과 같은 인체의 적을 퇴치하는 대표적인 면역세포다. 아라비녹실란은 쌀의 도정 과정에서 벗겨지는 쌀겨, 정확하게 말하자면 씨눈에 존재한다. 일본에선 이를 특수효소로 뽑아내 암환자용 의약품으로 활용하고 있다.

나고야(名古屋)시에 자리잡은 쓰네가와 소화기클리닉 부원장인 히로시 쓰네가와(56)박사는 홀리스틱(全人)치료의학진흥회장을 맡고 있을 정도로 자연의학 전파에 열성이다. 그는 전인치료를 '나무를 보는 벌레의 눈과 숲을 보는 새의 눈'으로 비유한다. 분석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전체성으로 우리 몸을 파악하자는 이론이다.

그가 교육자료로 사용하는 그림 '치유의 나무'는 인체의 자연치유력을 상징한다. 명상.복식호흡.전통 식사.웃음 요법 등의 동양적인 양생법을 통해 뿌리를 튼튼히 하면 나무는 별다른 치료를 하지 않아도 건강하게 성장한다는 것이다.

쓰네가와 박사 역시 일본이 계속해서 장수국가로 남을 것인가에 대해선 회의적이다. "스트레스와 고지방.고단백식의 범람, 안락한 환경 탓으로 면역력이 저하된 '온실 안의 화초'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 식품 본래 맛.향 살려 조리

자연의학에서 가장 중시하는 것은 무엇보다 전통식으로의 회귀다. 이들 세명이 공통적으로 권하는 식사는 채소나 과일은 껍질째, 곡물은 통째로 가능하면 완전식품을 먹으라는 것.

그리고 조리과정에서도 가능하면 식재료가 갖는 원래의 맛과 색.향을 살려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한국인이 즐기는 마늘과 토마토.당근에는 라이코펜이, 포도껍질.고구마껍질에는 안토사이아닌과 같은 항산화물질이 많다고 추천했다.

식이섬유가 풍부한 현미와 버섯도 권했다. 인체 면역을 담당하는 자연살해 세포나 대식(大食)세포를 증가시킨다는 것이다.

도쿄.나고야=고종관 의학전문기자

<바로잡습니다>

3월 5일자 24면 Stop! 노화 시리즈 '일본의 자연요법' 기사에서 일본인 의사인 오사무 미주카미, 다카시 오모리, 히로시 쓰네가와는 이름과 성이 바뀌었으므로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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