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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채만 한 파도, 벌컨포 쏘고 … 실제 같은 훈련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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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지난 25일 전남 여수시 오천동의 해양경찰학교 캠퍼스 내 시뮬레이션 센터. 60㎡ 크기의 방에 전자 해양지도와 레이더·엔진 조종기 등 각종 기계장치가 놓여 있다. 경비함의 조타실을 그대로 옮겨 놓은 모습이다. 창밖으로는 폭우 속에 거센 파도가 일고, 바닷물이 뱃머리를 덮치는 영상이 비쳤다.

 양봉규(44·경감) 해양경찰학교 함정훈련과 시뮬레이터운영팀장이 명령을 내렸다. “전속(전속력으로) 전진!” 명령에 따라 박원(42) 경사가 조종간을 당기자 파도가 뱃전에 부딪치며 내는 ‘텅 텅 텅’ 소리가 커졌다. 방이 크게 흔들리는 느낌이 들었다. 멀미가 나는 듯했다. 양 팀장은 “실제 방이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창밖 화면이 움직이는 것인데 시각적 효과 때문에 흔들리는 느낌이 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50t~3000t급 함정 시뮬레이터 갖춰

여수시 오천동 해양경찰학교 전경.

이곳은 시뮬레이터 센터에 있는 3000t급 경비함 훈련 장비다. 온갖 날씨 조건을 바꿔가며 운항과 부두접안 등을 실습하는 것처럼 익힐 수 있다. 시뮬레이터 센터에는 이것 말고도 500·100·50t급 함정 훈련 시뮬레이터가 있다. 정부의 공공기관 이전 사업에 따라 다음달 1~10일 충남 천안에서 여수로 옮겨오는 해양경찰학교가 내부 시설을 중앙일보에 공개했다. 이사를 마치면 시험운영을 거쳐 12월부터 연간 7만 명의 해양경찰관과 해양의무경찰 교육을 시작한다. 옮기면서 이름도 해양경찰학교에서 해양경찰교육원으로 바꾸기로 했다.

내일 여수에서 문 여는 해양경찰학교 새 캠퍼스 가보니

모형 바다서 헬기로 구조연습도 가능

 여수 캠퍼스는 2011년 6월부터 부지 230만5465㎡에 2753억원을 들여 지었다. 실제 같은 훈련을 할 수 있는 장비를 여럿 갖췄다. 173억원을 들여 마련한 시뮬레이션 센터가 그중 하나다. 다양한 크기의 함정 운항뿐 아니라 20㎜ 벌컨포 사격 기술도 익힐 수 있다. 벌컨포처럼 만들어 놓은 훈련용 시뮬레이터에 앉아 화면에 나타난 괴선박에 경고 사격과 위협 사격, 그리고 최종 격파 사격을 한다. 화면상 타격 지점에서는 불꽃과 연기가 피어오른다.

 해상구조훈련장도 있다. 길이 34m, 너비 15m, 깊이 3.8m짜리 대형 수조다. 훈련을 할 때는 수조에 배를 띄우고 18m 위에 헬리콥터 동체를 매단다. 헬기에서 밧줄을 타고 내려가 난파 선박에서 구조를 하는 실습이 이뤄지도록 해놓은 것이다. 높이 1m 파도가 일거나 비가 내리게 하는 등 날씨 조건도 꾸밀 수 있다.

연 7만명 교육 … 재난훈련은 민간 개방

 함정에 불이 났을 때에 대비한 재난훈련장은 500t 경비함 내부처럼 만들었다. 연기가 자욱하게 끼고 훅훅 열기가 느껴지는 화재 상황이 그대로 연출된다. 해양경찰들은 그런 상황에서 선실 문을 찾아 탈출하는 연습을 하게 된다.

 여수 해양경찰학교는 이 밖에 불이 나거나 큰 파도에 배가 심하게 흔들릴 때 선실 안의 집기가 쏟아지는 상황을 경험하는 시설, 배에서 기름이 흘러나왔을 때 이를 차단하고 오염된 해안 정화작업을 해볼 수 있는 해양오염방제훈련장 등을 갖췄다. 이주성 해양경찰학교장(치안감)은 “새 캠퍼스는 바다와 선박 안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실제와 가깝게 연출해 이에 대처하는 교육·훈련을 시킬 수 있도록 꾸몄다”며 “이를 통해 해양경찰·의무경찰의 현장 대응 능력을 최대한 높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조성원(43·경감) 해양경찰학교 훈련센터운영팀장은 “재난훈련장은 일반인들에게도 체험교육장으로 개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여수=이해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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