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코로만형 태권도' 택견 … 올림픽 무대 진출이 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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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택견에 대한 관심이 예전만 못하지만 택견의 세계화는 이제 시작입니다. ‘그레코로만형 태권도’로 택견을 올림픽에 데뷔시키는 게 목표입니다.” 대한택견연맹 이용복(66·사진) 회장의 얘기다. 택견은 발로 차거나 걸어서 상대방을 쓰러뜨리는 걸로 승부를 내는 우리나라 고유의 맨손무예다. ‘이크’ ‘에크’라는 기합소리도 대중에게 친숙하다. 이 회장은 다음 달 15일과 19일 미국 워싱턴DC와 LA에서 택견과 아리랑을 접목한 공연 ‘련(連)’을 선보인다. ‘련’은 1시간10분 분량의 비언어공연이다. 다양한 문화와 과거-현재-미래를 잇는다는 뜻에서 ‘련’이란 이름을 붙였다. 이 회장은 앞으로 5년간 세계 30개국 70여개 도시를 돌며 공연할 계획이다.

 “택견이 태권도의 원형이라면 ‘그레코로만형 태권도’는 곧 택견이 된다. 레슬링을 통해 친숙한 그레코로만이란 표현은 ‘그리스와 로마’라는 의미의 형용사로 옛것, 고대라는 뜻을 담고 있다. 태권도는 최근 우슈와 가라데의 거센 도전을 받는다. 정체성을 문제삼는 이들도 있다. 태권도와 택견을 연결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세계태권도연맹에 택견분과위원회를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 하지만 세계에 택견을 널리 알리는 게 먼저란 생각에 이번 공연을 기획했다.”

 이 회장은 택견보다 태권도를 먼저 시작했다. 6단 단증이 있는 고수다. 부산지역태권도연맹 전무까지 지냈지만 1980년대 초반 갑자기 태권도를 그만뒀다.

 “장가도 가고 하려면 태권도를 취미생활로만 즐겨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음먹고 나니 했던 게 아까워 책이라도 한번 써보자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기록을 남기며 태권도의 원형을 찾는 공부도 함께했다. 그러다보니 택견에 대해 알게 됐다.”

 그후 한동안 부산에서 가죽공장을 운영했던 이 회장은 84년 당시 둘뿐인 택견 기능보유자 송덕기·신한승(1987년 작고)씨를 찾아갔다. 택견을 전수받은 뒤 곧바로 한국전통택견연구회도 결성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택견을 연마하기 시작하면서 사업은 접어야 했다. 초등학교 교사이던 부인의 지원 덕에 이 회장은 이후 30년간 택견에만 몰두할 수 있었다. 노력 끝에 택견연맹은 2007년 대한체육회에 정식 가맹했고, 2011년 전국체전 시범종목 채택을 거쳐 내년부턴 정식종목으로 인정받았다.

 “택견은 상대방을 다치게 할 수 있는 발차기는 반칙 판정을 받는 호혜적 무술이다. 해외 공연에서 택견의 기술뿐 아니라 정신까지 알리고 돌아오겠다.”

 대한택견연맹은 미국 공연에 앞서 11월 2일 서울 올림픽공원 K-아트홀에서 무예극 ‘련’을 무료로 대중에 공개한다.

글·사진=한영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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