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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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시중자금사정이 계속 악화될 경망을 뚜렷이 나타내고 있어 업계에서는 새삼 불황 론을 강조하고 있다.
물가 상승 율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기업 측이 심각한 자금난을 호소하는 것은 일견 납득하기 어렵다는 상식론을 제기할 수도 있으나 우리의 작금 경제동향은 본질적으로 자금난에 가중되지 않을 수 없는 여러 가지 요인이 내포되고 있음을 약간의 분석만으로도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할 것이다.
한 때 일부 정책당국자는『우리 나라에서 스태그플레이션을 운운하는 것은 무식의 소치』라고 까지 공언한 일도 있지만 이제 우리의 실정은 바로 이 스태그플레이션 문제를 현실문제로서 진지하게 검토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할 것이다.
첫째, 외자 도입이 매우 순조로와 외환보유고가 해마다 1억 달러 수준씩 증가하던 과거 5년간에는 해외부문에서 연율 3백억 원 정도의 포화를 창조했고, 그것이 예금 창조기능으로 작용하게 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므로 연율 1천5백억 원 수준의 예금대출 증가로 시중 자금사정은 매우 여유 있는 상황이 5년여나 계속 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해외부문의 통화창조 기능이 71년도에 들어와서 역전되었기 때문에 70년도까지의 통화창조 메커니즘이 정지된 채 여기에 대신할 새로운 통화공급 방식이 발견되지 않는다면 당연히 시중 자금 사정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다 할 것이다.
둘째, 외환보유고 증가의 정지 내지 그 감소로, 해외부문에서 포화가 창조되지 않거나 또는 환수되는 현상은 바꾸어 말하면 차관원리금 상환 수요의 격증에 기인되는 것이다. 즉 우리의 무역수지는 계속 적자를 지속하고 있는 것이면 그 위에 흑자를 유지하던 무역외 수지도 금년 들어 적자로 전환되었으므로 연율 3억 달러 베이스로 도래하는 차관 원리금 상환 수요는 곧 외환 보유고 감소로 반영되어 이것 역시 심대한 통화수축의 효과를 발휘하게 되었다 할 것이다.
물론 외환 보유고의 이와 같은 감소를 막는데 충분할 이 만큼 현금 차관 뱅크·논을 대폭 증가 도입한다면, 차관 원리금 상환으로 기인되는 자금난은 일단 완화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유의 차관 증가는 단기채로 장기채를 갚는 방식이 되기 때문에 부채 관리 효율 면에서는 도리어 손실을 초래케 할뿐만 아니라 그것은 본질적으로 애로의 잠정적인 연기에 불과할 것이다.
세 째, 근자의 시중 자금사정을 악화시킨 것은 당국의 지나친 세금공세에도 일인이 있는 것으로 업계에서는 허가하고 있다. 지난 연초 이후 특히 5∼6월에 와서 계속된 특수 자금 방출로 재정수지가 악화된 것을 7월부터 세수 증가를 대충 시켰기 때문에 7월중의 조세에 의한 자금 환수가 지나쳤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시은의 예금이 3백억 원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평가되고있는 점도 주목할만한 점이다.
끝으로 차관원리금 대불이 늘어나고 수출 금융 폭이 확대되면서부터 여타 부문의 대출이 크게 제약받게된 것도 자금난의 한 원인을 형성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특히 차관원리금대불은 계수상오로만 대출로 기장 될 뿐 시중에 실지로 자금이 나가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대불은 국내여신한도를 잠식하여 여타부문의 대출까지도 억제하는 긴축효과를 발생시기고 있는 것이다.
최근 심각한 문젯거리로 논의되고 있는 자금난 요인을 이렇게 분석할 때, 그것은 궁극적으로 우리의 국제수지가 부딪치고 있는 넘을 수 없는 벽 때문에 형성된 것이라 판단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국제수지 장벽을 타파할 묘안이 제시되지 않는 한, 자금난을 해소할 현실적인 방안을 사실상 구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비관론에 기울어지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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