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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동기습…실 미 도의 새벽|생환자가 말하는 진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실 미 도에서 저지른 공군특수 범 난동은 광란의 참극이었다. 지난23일 공군특수 범들은 새벽녘에 그들을 관리하는 경비병「퀀시트」를 기습, 단검과 망치로 난자하고 총탄세례를 퍼붓는 등 피바다를 이루는 참상을 빚었음이 밝혀졌다. 이 같은 실 미도 참상의 진상은 경비요원의 유가족들이 난동직 후 살아남은 생존자들로부터 확인함으로써 전해졌다.
23일 동이 뜨기 전 실 미도 경비장병 23명이 잠들고 있던「퀀시트」에 공군특수 범들은 각종 흉기와 M2「카빈」을 휘두르며 들이닥쳤다.
이들은 먼저 부대장 김준응 준위의 방에 들이닥쳐 단검과 망치로 난자, 시체 위에 다시 총탄을 퍼부었다는 것이다.
이때 공군특수 범들의 다른 일당은 사병들의 내무반에 뛰어들어 경비사병들이 깊이 잠든 침상을 향해『드르륵…』총을 갈겨댔다. 실 미 도에서 특수 병을 관리하던 23명중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사람은 3명으로 알려졌다.
총격의 세례 중에서도 요행히 살아남은 A사병은 마침「퀀시트」에서 떨어진 변소에서 대변을 보고 있다가『드르륵 드르륵…』총성을 듣고 특수 범들이 난동을 부린다고 직감, 급한 김에 분뇨 속에 몸을 담가 숨은 채 장시간동안 견딘 끝에 겨우 살아났다. 또 B사병은 솜이불을 덮고 자는 버릇이 있어 이날 총탄세례를 받았으나 총알이 솜을 뚫지 못해 살아났다.
l주일 전부터 특수 범들의 동태가 수상하다는 말이 돌아 한 사병은 전날 밤『왠지 이상한 예감이 든다』며 총에 장 탄을 해 머리맡에 놓고 잠들었다가 특수 범들의 기습을 받자 즉각 대항했다. 그러나 그는 특수 범 2명을 쏘아 사살했으나 특수 범의 난사에 끝내 쓰러지고 말았다.
11명의 기간사병이 잠든 내무반안쪽은 금새 피바다를 이루었고 사병들은 일어나지도 못한 채 특수 범의 기습에 숨지고 말았다.
이때 출입문 쪽에 잠들었던 7∼8명의 사병이 총소리에 깨어 필사적으로 탈주했다. 이들 사병은 얼마 떨어지지 않은 바다로 뛰었으나 2명은 등뒤에서 퍼붓는 총탄에 맞아 개펄에 나동그라졌다. 나머지는 바닷물에 뛰어드는데 성공했으나 그중 단 한 사병만이 섬 근처 돌 섬까지 헤엄쳐 나가 겨우 살아나는데 성공했을 뿐, 다른 사병들은 행방불명이 됐다.
끔찍한 살육을 끝낸 후 특수 범들은 시체를 마구 단검으로 난자질하며 날 뛰었으며 특히 부대장 안인기 중사(29)의 시체는 형체를 분간하기 어려울 만큼 짓이겨놓았다.
특수 범들은 경비 장병이 모두 죽었다고 생각했던지 곧 그들의「퀀시트」로 돌아가 아침밥을 지어먹으며 떠들어댔으며 그 중에는 노래까지 불렀다는 것이다.
필사의 탈주에 성공, 돌 섬에 몸을 의지하고 있던 C사병은 특수 범이 노래부르며 광란하는 모습을 멀리 바라보기도 했다는 것이다.
특수 범들은 얼마 후 섬 주변에 새우 잡이 어선 순 복 호(6t)를 발견, 총을 쏘아대며 위협한 끝에 실 미 도에 끌어들였다.
특수 범들이 어선에 몰려 타 인천을 향해 떠나는 모습도 돌 섬에 숨어있던 C사병이 지켜보았다.
그는 특수 범들이 섬을 떠 난지 몇 시간 후 지나던 어선에 구조되어 인천에 돌아왔으나 이때 이미 특수 범들은 인천을 거쳐 서울로 침입하다 폭사했다는 것이다. B사병은 특수 범들이 노래를 부르며 날뛰다가 조용해지자 이불 속에서 죽음을 가장, 숨을 죽이고 있다가 살아나 무전기를 찾았으나 이미 무전기는 박살이나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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