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2)남북대좌의 소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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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8월20일 낮12시. 이로부터 4분간을 내 34년 생애에서 가장 긴시간같이 느껴졌다 .나는 19일하오 최두선 총재로부터 파견원으로 가라는 말을 듣자「메신저」의 역할이려니하고 간단히 생각했었다. 그러나 막상 판문점에 가보니 온 겨레의 눈과 귀가 우리를 주시하는 것을 실감하고 막연하나마 이번 남북한가족찾기운동은 반드시 성공돼야한다는 사명감같은 것을 느꼈다. 나는 지금까지 북한지역과 북한사람들 처음봤다.
그들과 마주보고 앉은 4분간은 겉으로는 여유를 보였으나 속은 탔다. 뭐라 표현키 어려운 조바심·흥분·긴강감에 휩싸였던 것 같다. 미소속에 긴장감이 팽팽한 가운데 그들과 악수를 나누고 헤어진 뒤 다시 내 자리에 돌아와 신문· TV를 보며 반추해봤다.
사태의 진전과「무드」가 앞선 것 같다. 모방송국의 대담에 나온 안인사는 『남북한이 이케 통일기운을 잡았으니 지금까지 부르던 북괴란 이름을 북한으로 부르는 것이 좋지 않느냐』고 말할정도다. 대한적십자사의 이산가족찾기운동의 제안의도는 적십자정신에 입각한 순수한 인도주의에서 출발한 것이다.
이 운동이 발전하여 남북통일의 실마리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전국민이 다같겠지만 너무 조급히 굴다간 될 일도 안 될 수도 있을 것이다. 26년만의 남북한의 첫대좌가 성공적으로 끝났다. 그러나 대한적십자사의 앞날은 그리 순탄하지가 않을 것이다. 목적과 절차문제에서도 서로 주장이 엇갈릴수도 있고 회담도중 예상외의 사태가 일어날 것도 예상할 수 있다.
그러한 사태에 대처할 국민의 마음의 자세가 가다듬어 져야한다고 믿는다. 그것은 이번 남북가족찾기운동에 성의와 끈기로 임하는 것인 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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