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욕결의 앞에 3연패 다짐 4회 맞는 한·중·일 고교생 바둑대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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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68년에 시작된 한·중·일 고교생 바둑대회가 이제 제4회를 맞게 되었다. 그 동안 3개국이 돌아가며 주최해온 이 대회는 이번에는 제1회 개최지였던 일본에서 열린다. 3년 연패를 다짐하는 우리선수단은 17일 아침 KAL기 편으로 장도에 올랐다.
제2회와 제3회에 연속 한판도 이기지 못하고 우리 「팀」에 참패를 당한 일본은 세계 제1의 수준을 자랑하는 그들의 자부심으로도 이번에는 더욱 강「멤버」로 선수단을 구성, 설욕의 결의가 대단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3개국 중에서 가장 실력이 떨어져 여태까지 줄곧 최하위를 면치 못한 중국도 『원래 친선이 목적이니 참가하는데 의의가 있겠지만 그래도 기왕이면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 보람된 일이다. 이번 전적을 참고삼아 선수양성에 힘쓰겠다』고 작년 서울대회 때 중국선수단 단장이 말했듯이, 그들도 이번에는 훨씬 향상된 실력일 것임에 틀림없다.
중국은 바둑을 만들었고 기성 오청원을 낳은 나라이며, 일본은 그 바둑을 국기로 삼는 중흥국이니 이번에 어떤 특출한 선수가 나올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 「팀」은 1학년 때부터 3회를 연속선수로 활약하는 주장 박종렬군(남산공전3년)과 이미 중학교 3학년 때 제1회 문공부장관 배 쟁탈전(학원사 주최) 중등부에서 우승한 실력파 허장회군(원주고교 1년), 그리고 작년 서울대회 때 후보선수로 「트레이닝」을 받아 장족의 발전을 한 강선범군(배문고 3년) 등 쟁쟁한 「베테랑」들로 구성되어있어 이번에도 우승은 우리의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 감독의 중책을 맡은 필자는 선수들의 건강관리에 최선을 다해왔다. 그런데 이기고 지고 그 자체를 떠나서도 고교생대회의 의의는 깊다.
이 대회를 통해 3개국 청소년들이 언어의 장벽은 있지만 그런 대로 대화를 나누고 우호를 두텁게 하는 것도 큰 성과. 특히 바둑은 「수담」이라 하듯이 문자 그대로 말이 필요 없는 「게임」이어서 한판 대국으로 누구나 마음의 대화가 통해버리기 때문에 언어의 장벽을 극복하는데는 그 어느 「게임」보다도 첩경이라 하겠다.
또 국내적으로 보더라도 고교생대회가 일본을 압도하자 그 동안 침체상태에 빠졌던 동양 3국 대회, 한일대학생대회, 한일「프로」기사 교류대회 등 여러 국제경기에 활력소가 되었고, 그 동안 대표선수로 활약하던 서봉수 이동규 장수영군 등이 하늘의 별 따기로 알려진 「프로」초단을 획득하였으며, 뿐만 아니라 입단 후에도 성적이 놀라와 선배기사들의 촉망을 받고 있으니 「아마」·「프로」를 통해 통틀어 기계전반에 큰 공헌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아뭏든 이번에도 기필코 개선하여 2백만 바둑 「팬」 여러분의 성원에 보답하고자 한다. 그만큼 우리 선수들의 사기도 또한 드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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