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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불리한 약관 고치라는데 안 고치고 버티는 포털사이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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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네이버·다음·네이트 등 주요 포털들은 음원과 게임 아이템, 만화 등의 콘텐트를 네티즌에게 팔아 수입을 얻는다. 그러나 콘텐트를 판매하면서 네티즌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이용약관을 맺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산하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가 지난해 6~7월 포털 3사의 이용약관을 조사한 뒤 소비자 보호지침을 준수하고 불합리한 약관을 개정하라고 요구했는데도 1년 이상 약관을 개정하지 않고 있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민주당 박홍근 의원이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 등으로부터 받은 ‘2013년 이용자 보호지침 이행 여부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네이버·다음·네이트 등은 공통적으로 ‘콘텐트의 교환, 반품, 보증과 그 대금 환불 조건 및 절차’를 상세히 알리도록 규정한 정보제공 의무를 소홀히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입한 콘텐트를 환불·교환하는 방법이나 조건 등을 네티즌에게 충분히 알리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들 포털 사이트는 네티즌이 콘텐트를 구입하면서 업체와 분쟁이 발생할 경우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방법도 알리지 않았다.

 콘텐트를 판매하면서 네티즌에게 계약 철회 수단 등을 최소 하나 이상 알려야 하는 규정을 어기거나(다음), 정가 이상으로 구매한 대금(과오금)을 환불해주는 방법과 규정 등을 고지하지 않은 약관(네이트)도 있었다. 네이트는 약관에서 소비자에게 불리하거나 중대한 사항을 변경할 경우 관련 내용을 최소 10일에서 30일 동안 고지해야 하는 규정도 준수하지 않았다.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의 조사 결과 네티즌에게 불리한 약관을 다음은 14개, 네이트가 11개, 네이버가 5개를 만들어놨다. 위원회는 지난해 10월 해당 포털에 시정을 요구했으나 올 10월 이 위원회가 약관 개정 여부를 다시 조사한 결과 한 건도 개정하지 않았다.

 현행 콘텐츠산업진흥법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는 불합리한 약관을 갖고 있는 업체에 과징금 부과 및 영업정지 등의 행정 벌칙을 부과할 수 있었지만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문체부 관계자는 “오는 12월 이용약관 시정 조치가 이뤄졌는지 모니터링을 한 뒤 그래도 바뀌지 않으면 별도의 행정조치를 강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 의원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인터넷 기업들이 소비자에게 불리한 약관을 고집하는 것은 후진적인 기업문화를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소비자를 보호해야 할 정부가 불공정한 약관을 알면서도 아무런 조치 없이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네이버와 다음 측은 “관련 공문을 받은 적이 없어 내용 파악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박 의원 측은 “위원회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각 업체에 발송한 공문이 있다”고 반박했다.

이윤석 기자

◆콘텐츠산업진흥법상 이용자보호지침=포털 등 콘텐트 사업자들의 불공정 약관이나 서비스로 인해 피해를 보는 이용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법안 28조에 이용자보호지침을 두고 있다. 약관의 적용과 변경, 청약철회, 이용계약의 해제 방법과 절차, 과오납금의 환불 방법과 절차, 계약의 자동갱신 및 대금의 자동결제 시 사전고지 의무 등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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