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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위대, 지도 그려가며 다부동 교육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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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일본 육상자위대 간부후보생들이 지난 25일 경북 칠곡군 가산면 다부동 전적기념관 옥상에서 교관으로부터 다부동전투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지난 25일 오전 10시 경북 칠곡군 가산면 다부동전적기념관. 6·25 최대 격전이었던 ‘다부동전투’를 기념해 만들어진 이곳에 관광버스 10대가 꼬리를 물고 들어왔다. 내린 이들은 관광객이 아니라 내년 3월 소위로 임관할 일본 육상자위대 간부후보생학교 학생들. 여학생 24명을 포함해 304명 모두 흰 와이셔츠에 검은색 양복을 입었다. 이들은 일사불란하게 줄을 맞춰 기념관 2층 강당으로 이동했다. 곧이어 학교장 다우라 마사토 소장이 어깨에 별 둘 달린 제복을 입고 도착했다.

 자위대 교관이 ‘개전 직전 한국군 상황’ ‘제1사단의 후퇴와 전투’라는 제목의 파워포인트를 곁들여 다부동 전투를 소개했다. 최근 찍은 다부동과 낙동강 주변 모습이 동영상으로 나왔다. 모두 학교 측이 직접 만든 자료였다.

 전투 소개가 끝나자 후보생들은 옥상으로 자리를 옮겼다. 전투가 벌어진 유학산이 한눈에 들어오는 장소다. 조교 두 명이 전투 상황을 그린 작전도를 쳐들었다. “한국군 1사단은 적을 배후에서 포위해 분산시켰다…·.” 교관이 작전도와 지형을 비교해 가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옥상에서 손가락을 들어 고지 간 거리를 가늠하는 실습을 했다. 전투에 대해 차근차근 얘기를 듣고 지형을 샅샅이 살펴본 후보생들은 전시관을 둘러보고 무명용사묘에 묵념한 뒤 일정을 마쳤다. 육상자위대 간부후보생들이 다부동 지역을 이처럼 세심하게 관찰하고 돌아가는 것은 2007년 처음 시작돼 올해가 일곱 번째. 한 해도 거르지 않았다. 이날 현장에 동행한 일본대사관 무관 고토 노부히사 대령은 “워낙 유명한 전투지여서 공부하러 온 것”이라며 “다른 목적은 없다”고 말했다.

 준비는 철저했다. 25일 방문에 앞서 교관들이 11일 전인 지난 14일 선발대로 다부동에 먼저 왔다. 이 중 대위 둘이 지도와 나침반·위성위치확인장치(GPS)를 들고 한국인 안내자 없이 4시간여 동안 유학산을 누볐다. 외국 전투현장을 찾아갈 때 현지인 안내를 받는 상례와 사뭇 달랐다. 기념관 측에 따르면 매년 후보생들이 오기 10일쯤 전에 선발대가 와서 같은 일을 반복한다. 익명을 원한 기념관 관계자는 “이들이 만든 다부동 일대 군사지도를 한번 봤다”며 “장교 출신인 나조차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정밀한 지도였다”고 말했다.

 서너 차례 후보생 앞에서 강연을 했던 다부동전투 참전용사 황권주(83·대구시 범물동)씨는 “실전 훈련을 하는 것처럼 일대 지형을 꼼꼼히 확인하더라”며 “왠지 섬뜩함이 느껴지면서도 군인답게 교육과 준비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일본 육상자위대 간부후보생학교는 매년 10월 말을 전후해 국방부 협조를 받아 한국에 온다. 올해는 21일 부산으로 배를 타고 들어와 서울 전쟁기념관, 판문점, 육군사관학교, 경북 영천 육군3사관학교를 방문하고 다부동에 들른 뒤 25일 출국했다. 전에는 제복 차림으로 왔으나 지난해부터 사복으로 바뀌었다.

칠곡=송의호 기자

◆다부동전투=한국군과 미군 1만여 명, 적군 1만750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6·25전쟁 최대의 격전지. 백선엽 장군이 이끄는 한국군 1사단과 미군 1기병사단 등은 8월 1일부터 9월 24일까지 북한 2군단과 사투를 벌이며 대구 북방 22㎞에 위치한 다부동을 지켜냄으로써 대구를 지키고 반격할 발판을 마련했다.

7년째 간부후보생 단체방문 … 안내인 없이 사전 지형 탐사
"실전훈련 같다" 현지 시선에 "워낙 유명한 전투지라" 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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