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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언론파동과 사법의 권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월남전에 관한 미 국방성 기밀문서를 발췌 보도하여 법정 문제화 하고있는 미국의 언론 대 정부관계는 언론자유의 본질적 문제에 대한 많은 시사를 던진 사건으로서 세계적인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19일 「뉴요크」연방지방법원은「뉴요크·타임스」지가 미 국방성의 허가 없이 입수한 월남전관계 비밀 기록 문서를 보도한 것은 엄연히 언론출판의 자유 내에 속하는 행위라고 규정하여 「뉴요크·타임스」지의 승소를 선언하였다. 다만 정부의 항소를 보장하기 위하여 미 연방 제2순회고등법원의 결정이 있기까지는 게재중지잠정명령기간을 연장했을 뿐이다. 「거페인」판사는 17 「페이지」에 달하는 판결문에서 과거의 판례와 국가안보에 관한 의회의 토론과정을 인용 세시하고, 『비록 전시라 할지라도 미합중국수정헌법 제1조의 언론의 자유는 사전검열을 포함한 일체의 간섭을 거부할 수 있는 보도의 자유를 인정하고 있다』고 하고있다.
그는 『정부가 국가의 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문제에 대해 이를 규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부인하지는 않으나, 「뉴요크·타임스」가 비밀문서를 발췌해서 공개한다고 하여 국가안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는 볼 수 없다』하고, 『국가안보만이 방위되어야할 유일한 것은 아니며, 안보는 우리의 자유로운 제도의 가치에도 존재하는 것』이라고 하고있다.
「거페인」판사에 의한 이 판결은 미연방 제2순회고등법원의 판결을 거쳐 미연방대심원의 결정이 있어야만 확정될 것이다. 이미 법무성은 항소를 제기했기에 현재로써는 미구에 있을 이 순회고등법원의 판결 또한 주목되는 바라 할 것이다.
한편 「뉴요크·타임스」지에 대한 게재금지 잠정명령이 내린 뒤에도 미국의 또 하나의 저명지「워싱턴·포스트」는 월남전에 대한 또 다른 비밀 문서를 공개하기 시작했는데 이에 대해서도 법무성은 「워싱턴」 연방지방법원에 게재금지 잠정명령을 요청, 일단 기각된 바 있었던 것이나, 법무상이 즉시 「워싱턴」 연방순회고등법원에 항소를 제기하여 게재중지 잠정명령이 내려진 바 있음은 이미 보도된 바와 같다. 앞으로 「워싱턴」과 「뉴요크」 의 양순회 고등법원의 판결이 어떻게 나올 것인지 문자그대로 전 세계의 관심이 여기에 집중되고 있다 할 것이다.
이, 양순회 고등법원의 판결이 다를 경우, 연방대심원에 상고하게 될 것이요, 궁극적으로는 대심원의 판결에 의하여 이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 그러나 이번 미국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신문 대 언론의 정면대립 사건에 있어 우리가 특히 부러워하는 바는 정부측이나 신문사 측이 다 법원의 판결에 따라 법정투쟁을 전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 나라에서 이에 대조되는 사건으로서는 얼마 전에도 이른바 「동양통신필화사건」 때 법정외적인 압력이 있었고, 검찰이며 여러 기관에 의하여 기자들이 불법적으로 연행되거나 체포·구금되는 일이 있었던 것인데 미국에서는 한 명의 기자도 체포되지 않았고 「뉴스」제공자로 알려진 「엘」교수 조차 한번도 환문 당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물론 미국과 우리의 지정학적인 처지가 같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국가의 안보와 언론의 자유의 상관관계는 법적 측면에서 볼 때 한국과 미국이 근본적으로 다를 수는 없는 것이다. 다만 미국에서는 법원의 권위를 절대적인 것으로 인정, 그 판결에는 절대 복종하고 있으며 정치적 문제까지도 법원 판결을 통한 해결을 모색하고 있는데 반하여 우리는 흔히 법원의 권위를 무시하고 법정 외에서의 물리적 압력을 통해 사건을 처리하려는 경향이 농후한 점이 다르다고 하겠다.
민주정치는 법치주의요 ,헌법과 법률에 따라 통치를 해야 하는 것이 철칙이라 할 수 있다. 그러기에 민주정치는 헌법과 법률의 보장자인 법원의 판결과 결정에 따른 통치권의 발동만이 선정의 기준에 맞는 것이라 할 것이다.
현재 미국 내에서 언론자유의 본질을 놓고 벌어지고 있는 정부 대 언론 및 법원의 관계를 우리의 경우에도 반드시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도 요는 우리의 지상목표가 민주주의적인 국가건설에 있기 때문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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