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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로 없는 외교 난제-소 납치 도성55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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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난달 31일 캄차카 반도부근에서 어로 작업 중 소련경비정에 의해 납치된 동성55호의 선원과 선박의 석방교섭은 우리나라와 소련간에 아무런 외교관계가 없기 때문에 해결하기 어려운 외교문제가 될 것 같다. 정부는 아직 적절한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으며 주일대사관에만 진상을 조사, 보고하도록 훈령했다.
지난 3월 영해침범으로 맬다이브에 강제 억류되었던 3명의 한국선원에 대한 석방교섭은 우리와 외교관계가 있었기 때문에 『다시는 영해를 침범하지 않겠다』는 구두서약만으로 해결을 보았다.
그러나 소련 경비정에 의해 처음으로 납치된 동성55호 사건은 소련과 우리와는 적대 관계에 있고 아직 납치지점이 소련 영해인지 공해인지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정부도 석방교섭에 신증을 기하고 있는 것 같다.

<세 가지의 상황 가능>
동성55호의 납치경위는 ⓛ소련 영해를 침범했을 경우 ②캄차카 반도이동의 일소어업조약 수역권에서 어로작업을 했을 경우 ③공해상에서 강제로 납치됐을 경우 등 세 가지 면에서 생각할 수 있다.
첫째 경우로 동성55호가 소련의 영해에 들어갔다가 잡혔을 때는 전적으로 동성호의 과시이기 때문에 소련 국내법에 따른 처벌을 받게된다.
해양에 관한 제네바 협약 중 영해 및 접속 수역에 관한 협약 제2조는 『연안국의 주권은 영해상공과 영해의 해상 및 그 하층 토에 미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외국의 선박이 상당한 이유 없이 영해를 침범했을 경우 연안국이 주권을 행사, 자국 법에 따른 처벌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해통항권도 문제>
이 경우에도 외국의 선박이 무해통항권에 따른 항해를 했느냐의 여부가 문제될 수 있다.
모든 국가의 선박은 영해를 무해통항할 권리를 갖고 있는데 무해통항은 ①영해를 횡단하거나 ②내해로 향해 항행할 목적으로 또는 ③내해로부터 공해로 향할 목적으로 영해를 통과하는 항해 (동협약 제14조 제1, 2항)로 규정되어 있다.
특히 어선의 경우는 연안국이 영해에서의 어로를 금지하기 위해 공포하는 법령을 준수하도록 되어있어 사전허가를 얻거나 어구를 격납하여 어로행위를 하지 않을 의사를 명백히 해야만 통행을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동성55호가 납치되었을 때의 상황이 분명치 않아 알 수 없지만 북양 어로에 나간 이 배가 무해통행의 조건을 갖추었을 지는 의문이다.
둘째, 공해상에서 납치되었다면 이것은 「공해에 관한 협약」에 명백히 위반하는 불법 납치로서 선적국가는 선원과 선박의 석방을 요구하고 이에 불응할 때는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하여 판결을 구할 수 있다.

<소, 북양 어로 권에 강경>
셋째, 일소공동 수역권에서 발생했을 경우도 양국의 협약이제삼국 선박의 어로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한 어선은 조약국가의 국내법에 따른 처벌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영해침범의 경우와 대동 소이하다.
67년 일소간에 「관계 수역에 관한 협정」이 체결되기 전까지 소련이 일본어선의 출어를 규제하기 위해 4년간 나포한 일본어선 수는 총1천3백13척에 선원 1만1천1백19명에 이르렀다.
일본정부의 교섭에 의해 그 동안 많은 선박과 선원이 석방되었지만 아직도 4백83척에 33명의 선원이 소련에 억류되어 있는 형편이다.
이러한 경위는 소련이 북양 어장을 보호하기 위해 매우 강경한 정책을 취해온 결과인데 동성55호의 납치는 외교관계가 없는 한국의 입장에서는 매우 풀기 어려운 것 같다.

<일도 중재 몸 사릴 듯>
현재로서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제삼국을 통한 석방교섭에 의한 해결인데 제일 편한 입장에 있는 일본측이 자국 어선석방문제 때문에 몸을 사리고 있는 것 같다.
그밖에 최악의 수단이긴 하지만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하는 길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당사국가입이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소련 측의 합의가 있어야 국제재판에 끌어갈 수 있게 되어있다.
연안어선인 동성55호 허가조건을 위배하고 배양에 출어했다가 납치된 사건은 여러 가지 문젯점을 던졌다.
수산청이 이러한 규정위반 출어를 사전 또는 사후에 전혀 통제할 길이 없는 것도 문제지만 원양어선에 대한 충분한 교육·훈련이 없어 도처에서 말썽을 빚고 있는데 대해서도 철저한 대책을 세워야할 것 같다. <윤용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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