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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데 손가락 하늘로…대통령 향한 '외설적' 동상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사진 BBC 홈페이지 화면 캡처]

반공(反共)주의자인 체코의 한 예술가가 거대한 손 모양의 동상을 프라하의 강에 띄웠다. 이 거대한 크기의 손 동상은 가운데 손가락이 하늘을 향해 치켜 올려져 있는 외설적인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이 손 동상을 만든 데이비드 체르니는 21일(이하 현지시간) 카를 교량과 프라하 성 근처에 있는 블타바 강 위에 이 동상을 설치했다. 보라색으로 칠해진 이 동상은 가운데 손가락만 10m에 달한다. 보통 중지보다 유독 길고 큰 사이즈로 만들어졌다. 그는 특히 대통령이 앉는 좌석에서 동상을 볼 수 있는 위치에 배치했다.

체르니는 이 손가락 동상을 통해 정부 입장에 반대한다는 퍼포먼스를 한 것으로 보인다. 손가락 방향이 프라하 성에 있는 대통령 궁을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체르니는 대통령 선거 당시 밀로스 제만 대통령과 경쟁했던 보수 여당의 후보를 지지했다.

조형물을 만든 체르니는 “손가락이 어느 방향을 향하는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으며 다른 언급은 하지 않았다고 알려졌다.

체코는 공산 정권이 무너진 1992년 이후 20여년간 줄곧 시민민주당(ODS)과 사회민주당(CSSD)이 맞서며 정치권을 장악했다. 그러다 2010년 소수의 목소리를 대변한 정당들이 나오면서 보수 정당인 ‘TOP 09’과 공산당 등이 의회에 진출해 양당 체제가 무너졌다. 이런 가운데 내년 5월 총선을 앞두고 있던 체코는 4월 페트르 네차스 전 총리가 사임해 정부 공백 사태를 맞았다.

밀로스 제만 대통령은 연립여당이 추천한 총리 후보를 거부하고 자신의 측근을 지명해 의회와의 갈등을 빚었다. 당시 정치권에 부패 추문까지 불거진 상황에서 연립정부에 참여하길 원치 않았던 공산당과 사회민주당, 그리고 ‘TOP 09’도 의회 해산에 찬성했다. 이후 체코 의회는 20일 의원 200명 가운데 140명의 찬성으로 의회 해산을 결의했다. 25~26일 앞당겨져 실시될 총선거에서 사회민주당 측은 공산당에 연립 파트너를 제안할 예정이다. 두 당이 손을 잡게 되면 공산당은 20년 만에 권력의 일부를 다시 되찾게 되는 것이다.

체코 사회민주당 당수로 하원 의장을 지낸 밀로스 제만 대통령은 1998~2002년 총리를 역임했다. 2월 체코의 첫 대통령 직접 선거에서 과반이 넘는 득표율로 카렐 슈바르젠베르그(75) 전 외무장관을 제치고 당선됐다. 2007년 사회민주당(CSSD)을 탈당하고 2009년 새로운 정당인 시민권당(SPOZ)을 설립했다.

안송이 기자 songi33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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