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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산하기관 10곳, 일자리 대물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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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경기도와 시·군 산하 공공기관 10곳이 단체협약과 인사규정에 직원의 가족을 우선 채용하는 이른바 ‘고용 세습’을 명문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이 경기도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기도의료원 ▶경기도시공사 ▶경기관광공사 ▶경기도문화의전당 등 산하 기관 4곳이 단체협약에 가족 우선 채용 규정을 마련해 두고 있다. ‘업무상 재해로 다쳐서 퇴직하거나 순직한 경우 직계가족이나 피부양가족 등을 우선 채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경기도의료원은 한발 더 나갔다. 업무와 상관없이 병을 얻거나 장애를 입어 퇴직한 경우 피부양가족을 우선 채용할 수 있도록 단체협약에 명시했다.

 이런 고용 세습 규정은 시·군 산하 공공기관 단체협약에도 있다. ▶화성도시공사 ▶수원시설관리공단 ▶의정부시설관리공단 ▶파주시설관리공단 ▶양주시설관리공단 ▶안성시설관리공단 등 6곳이다. 이들 기관은 ‘조합원이 업무상 재해로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 유가족이나 실제 생계를 대신할 수 있는 형제자매 중 1인을 우선 채용할 수 있다’는 규정을 만들었다. 이 중 화성도시공사는 고용 세습 논란이 확산되자 현재 진행 중인 임금단체협상에서 관련 문구를 삭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지법은 지난 5월 “일자리를 대물림하는 현대차 노조의 단체협약은 무효”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고용 세습이 노사합의라 해도 사회 정의와 사회 통념에 반한다고 본 것이다.

 이 의원은 “청년 실업률이 지난 7월 8.3%를 기록하는 등 취업난이 최악인데도 자치단체 산하기관까지 청년들의 균등한 기회보장까지 박탈하고 있다”며 “고용 세습 명문화 조항은 당연히 삭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문수 경기지사는 “조사 결과 실제 고용 세습으로 채용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노사 간 협의를 거쳐 관련 규정을 고치겠다”고 말했다.

수원=최모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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