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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의 대형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교통사고는 날로 대형화해가고 있다. 최근엔 천여명 사망이라는 신문의 캡션을 보아도 별로 놀라지 않는다. 그보다 더 큰 사고들을 너무 자주 보아왔기 때문이다. 이런 사고가 날 때마다 신문 사회면은 사망자들의 사진으로 가득 메워진다. 면면들을 보면 하나감이 애달프고 가슴 아프다. 어쩌면 이렇게 무참히도 생명을 휩쓸어 갈 수가 있을까.
사고의 원인을 잠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세태의 비정을 엿볼 수 있다. 이 세상에 무한기계는 없다. 어떤 기계이든 그 능력엔 한계가 있다. 마찰이 심하면 불이 난다. 자동차의 경우는 더할 것 없다. 중량이 지나치면 이것은 인간의 통제력을 벗어난다. 조절장치로는 어떻게 손을 댈 수가 없는 것이다.
어떤 자동차나 한계중량은 마땅히 있게 마련이다. 그런 버스에 수도 없이 인간을 겹겹이 태우는 것은 인정으론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만원 버스들이 엄연히 우리 주변에선 쉴새 없이 질주하고 있다. 비정 세태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기계만 탓할 일은 아니다. 인간에게도 씻지 못할 결함이 있다. 이 경우는 더욱 충격적이다. 자제와 이성으로 능히 극복할 수 있는 문제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르고 있다. 그것은 인간이기를 스스로 거부하고 포기하는 무책임이며 불성실이고 배신이다.
한 통계에 따르면 운전사의 절도가 막을 수 있는 사고는 전체의 80%나 된다. 나머지 20%만이 인문외적인 원인으로, 지석 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인간이 무생물만도 못하다는 반증도 된다.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실로 인간부재의 비정 시대를 통감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에만 있지는 않다. 똑같은 원인의 사고가 끝도 없이 반복되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결국 사고가 사고로 고쳤을 뿐, 상황의 개선이 없었던 것을 증거로 보여주는 것이다.
생물학자 이반·파블로프는 동물의 경우 후천적으로 일어나는 조건 반사를 발표한바 있었다. 제1의 자극이 준 반사는 제2의 자극만으로도 똑같은 반사를 보여준다. 그렇다면 우리의, 교통사고도 제1, 제2의 반복만은 제어할 수 있도록 하는 조건 반사적인 대책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같은 모양의 사고가 반복되는 원인을 해명할 수 있는 상황은 아무 것도 없다. 언제 어디서 또 버스가 벼랑에서 굴러 떨어지지 않으리라고는 아무도 단언할 수 없다.
사고가 대형화하는 것은 인간의 충격에 이런 타성이 생기는 것에 잠재적인 원인이 있는 것 같다. 청평호의 버스 추락사고가 마지막이 될 어떤 대책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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