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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양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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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박정희 대통령은「4·27」선거에서 승리함으로써 군정을 포함하여 집권 제4기를 맞았다. 선거기간 중에 한「4선 불출마 선언」의 실현을 전제한다면, 제7대 대통령임기는『그의 마지막 봉사의 기회』이기도하다.
「4·27」까지의 집권 제3기까지가 경제성장을 통한 국력배양의 바탕을 이룩한 기간이었다면, 그의 제7대 임기는 집권을 총정리하는 4년이 된다.
3선 개헌을 하면서 그는『벌여놓은 일을 매듭짓고 마무리하기 위한 것』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으며, 『따라서「마지막」임기에는 더욱 일해 조국근대화작업을 기필코 완수하겠다』고 다짐했다.
『내가 해야할 일은 ①공산주의가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국방을 튼튼히 하고 ②경제건설을 통한 빈곤추방 ③부정부패·부조리를 뿌리뽑고 노력에 대한 정당한 보수가 지불되는 도의사회건설이다.』(25일 서울유세에서)
박 대통령이 제시한 이와 같은 3대과제로 미루어보면 그의 집권 제4기의 성격과 전개를 얼마쯤은 가늠할 수 있다.
「일면국방·일면건설」은 변함없이 그의 시정의 양대 지주가 될 것이며 이것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소신」이 바탕이 된 강력한 정치방식이 그대로 시행될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어느 때보다도 치열한 선거를 치르고 그 결과로 나타난 90만의 표 차가 적게 평가되건, 많게 평가되건 『국력배양만이 통일이란 민족지상목표달성으로 직결된다』는 그의「소신정치」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번 선거를 통해 가장 두드러진 쟁점의 하나로 부각되었던 부정·부패 일소에 대해, 박대통령은『내정상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규정하고 『뿌리뽑을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갖고 있다』고 약속했다. 장기집권과 표리의 관계에 있는 이 문제의 심각성, 그리고 그것이 앞으로의 정치기상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본다면 그의「묘방」은 주목거리가 아닐 수 없다.
박대통령의「집권 제4기」가 안고있는 과제를 문제별로 전망해보면-
◇집권방식=집권 10년을 결산하는4년이기 때문에「일 위주」를 뒷받침하는 강력 방식을 고수할 것 같다. 그가 약속한「유능한 후계자 육성」과「야당의 건전화지」문제가 이 기간에 불가피하게 제시되겠지만『제3차 5개년 계획 등 그의 시책수행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라는 한계는 이미 그어져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특히 이번4년의 후반기에는 양성화할 것이 분명한 후계자문제는 그것이 지닌 정치적 의미의 심장도 때문에 시기선택에 지극한 신중이 기해질 것이다. 당내에는 이문제의 부상시기가 빠르면「소신정치」에 차질이 온다는 견해가 강력히 도사리고 있다.
박대통령이 7월1일 제7대 대통령으로 취임하면 정부·여당에 대한 개편이 있겠지만 정치성을 배제한 능율 본위의 종래의 인사원칙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며, 따라서 그 폭도 넓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선다.
◇공약정책=박대통령은 선거쟁점의 소화와 공약실천을 위해 마지막「피치」를 올리겠다고 다짐했다. 부정부패추방은 그 대표적인 과제가 될 것이다. 향토예비군과 대학생교련에 대해서는『절대로 폐지할 수 없다』고 못박았지만, 특히 그의 안보문제에 대한 정책변화는 없을 것이 분명하다. 다만 교련은 실시해본 후 운영상 모순점은 시정하겠다는 약속이었다. 야당이 내세웠던 지방자치제 등을 채택할 기미는 없으며 기왕에 세워놓은 경제개발계획추진에 전념,「행정」위주의 시책이 펼쳐질 것이다.
◇통일정책=예비군폐지문제와 함께 통일정책은 이번 선거에서 가장 날카롭게 맞선 정책이었다.
박대통령은 야당의 4대국 보장론을『새로운 신탁 통치안』이라고, 남북교류 주장을『적정을 모르는 잠꼬대 같은 소리』라고 몰아 붙였었다.
쟁점 가운데서도 가장 예각적으로 여야가 대립했던 통일정책에 전환이 있을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경제건설을 통한 국력배양으로 남과 북의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날 통일의 문은 스스로 열리게 되며, 그 시기는 70년대 후반기가 될 것』이라는 게 그의 변함없는 「통일」에 대한 견해이다. 따라서 그의 새 임기 안에 이 문제가 양성화될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봐야 할 것 같다.
◇「로컬리즘」타파=「4·27」선거에서 가장 큰문제로 제기된 것은 영남 세와 호남세로 대별되는 지방색의 심화. 박대통령도 이 문제를 심각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정치인들이 조장한 지방색 타파에 행정력을 동원하겠다고 말한 일이 있다.
전남과 경남을 잇는 남해안고속도로는 무리를 해서라도 조속히 완공하고 대구에서 거창·함양을 거쳐 남원에 이르는 도로의 고속화를 서두르겠다는 말은 그러한 구상의 일부로 풀이되고 있다.
길을 뚫는 것만으로 해소될 것 같지 않은「로컬리즘」을 어떻게 타파하느냐는 것은 새 정부가 안은 가장 큰 과제의 하나이다. <이억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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