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족 힘 합쳐 외세 막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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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절 민족대회'에 참석하고 있는 북한 종교인들이 종교행사에서 정치색이 짙은 발언을 거듭해 물의를 빚고 있다.

2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소망교회에서 열린 개신교 합동예배에서 오경우 조선그리스도연맹 중앙위원회 서기장은 예배가 끝날 무렵 답사를 통해 "외세는 절대 우리에게 통일을 선사하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 민족끼리 공조해야 한다"면서 "미국이 핵 선제공격을 하겠다고 위협하고 있지만 전쟁 나면 남북이 모두 심각한 재앙을 초래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 발언에 대해 일부 신도들은 "신성한 교회에서 무슨 소리냐"며 고함을 지르며 항의했다. 그러자 소망교회 담임인 곽선희 목사가 말을 마무리짓도록 유도해 오 서기장은 간신히 답사를 끝내고 단상을 내려왔다.

소망교회 관계자는 "예배가 끝난 뒤에도 신도들의 항의전화가 이어졌다"며 "처음에는 통일에 관해 얘기하더니 나중에 정치색짙은 발언을 하는 바람에 반발을 산 것 같다"고 전했다. 이날 예배에는 신도 7천여명이 참가했다.

명동성당과 삼성동 봉은사 등에서 열린 의식에서도 북한 대표들은 "핵전쟁이 일어나면 한민족이 공멸할 수밖에 없다. 힘을 합해 외세와 반통일 세력을 막는 데 나서야 한다"는 내용의 답사를 했다.

조선천도교 이문환 부위원장도 경운동 수운회관 중앙대교당 성화실에서 열린 행사에서 "핵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외세에 대응하고 조국통일의 선봉에 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종교계의 한 관계자는 "기독교.천주교.불교.천도교 등 네 곳의 행사장에서 비슷한 내용의 발언을 한 것을 보면 사전에 준비했다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고 지적했다. 북측 종교인 60여명은 남측 종교인평화회의 초청으로 1일 서울을 방문했으며 3일 오후 평양으로 향할 예정이다.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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