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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공의 미국 체육인 초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일본 명고옥에서 개최된 세계 탁구 선수권 대회에 참가한 미국 탁구 선수단은 7일 중공 방문 초청을 수락했다고 한다. 미국 탁구 선수단의 중공 방문은 미국인으로서는 중공이 중국 본토를 장악한 1949년이래 최초의 단체 방문이라는 점에서 세계의 관심을 집중시킬만한 큰 「뉴스」였다고 할 수 있다.
더우기 이번 미 탁구 선수단의 중공 방문은 그 동안 전개됐던 닉슨 행정부의 대 중공 정책과 연관해서 매우 주목되는 것이다. 잘 알려져 있는 바와 같이 닉슨 대통령은 중공과의 긴장 완화를 촉진하기 위해 일방적으로 일련의 유화적인 조치를 계속 취해왔던 것이다.
즉 69년7월21일의 여행 제한 완화와 1백불까지의 중공 상품 지참 허용, 69년12월 미국인 관광객의 중공 상품 구입 제한 철폐와 해외 미국 자회사와 중공과의 비전략 물자 무역 허가, 70년4월 중공에 수출되는 비 전략적 외국 물자에 대한 미국 기계품의 사용 허가, 동년 8월 해외 미국 석유 회사가 중공으로 비 전략적 물자를 수송하는 자유 세계 선박의 연료 공급 허용, 지난 3월15일의 중공 여행 제한 전면 철폐 등등이 바로 그것이다.
그 동안 미국 정부가 취한 여행 제한 완화 조치에 따라 중공에 여행할 것을 목적으로 여권 교부를 받은 미국인은 약 1천명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실제로 중공으로부터 입국사증을 받은 사람은 공산주의자들인 「에드가·스노」부처와 사망한 「루이스·암스트롱」의 조카 등 오직 3명 밖에는 안되었던 것이며, 미국의 거듭되는 대 중공 유화 조치가 취해진 다음에도 중공은 이에 대응할만한 그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따라서 이번에 중공이 솔선해서 미국 탁구 선수단을 초청했다는 것은 그 저의가 나변에 있는지 확실히 주목할만한 일이라 하겠으며, 특히 단절됐던 공산 국가와의 외교 관계가 체육인의 교류 등 비정치적 접촉에서 시작하여 무역, 그리고 정치적 접촉으로 확대된 전례들을 생각하면, 이번 일을 기점으로 한 미·중공 관계의 앞으로의 진전이 두고 볼만한 일이라 아니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미·중공 관계가 일반적으로 미국이 기대하는 것처럼 그렇게 쉽게 완화되리라고 보는 것은 아직도 시기 상조일 것이다.
중공은 미국 체육인을 초청하면서도 여전히 미 제국주의 타도를 매일처럼 방송 등을 통해 외치고 있으며 월남전 등을 통한 군사적인 도발 또한 조금도 수그러질 징조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므로 중공이 이번에 갑작스럽게 미국의 체육인을 초청한 저의는 무엇보다도 대 중공문제를 둘러싸고 현재 미국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론의 분열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려는 책동이 숨어 있다고 보겠으며, 그럼으로써 미국 정부의 대 중공 정책을 더욱 완화케 함으로써 국제 정치에서의 유리한 조건을 형성하려는 것으로도 보여지는 것이다.
이 점 이번 중공의 미국 체육인 초청을 지나치게 호의적으로만 허가해서는 안될 것이며 그것이 지나치게 성급한 대 중공 유화 정책으로 발전하려는 경향에 대해서는 더욱 경계해야할 것이다.
만일 미국 측이 중공과의 대화를 촉진하려는 나머지 중공 측에서 내세운 조건들을 무조건 삼켜버린다고 하면, 특히 자유중국의 운명 문제와도 관련하여 아시아 자유 제국과의 관계에는 본질적인 변화가 불가피하게 될 것임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한편 우리 한국의 입장에서는 바야흐로 급변의 「타이드」 (조류)를 타기 시작한 미·중공 관계에 대처해서 그것이 우리의 국제적 입장에 미치는 영향과 국가 안보상 초래될 여러 국면을 정확히 투시하고 그에 대한 물샐틈없는 대책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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