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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 일가 최측근 4명 동시 조사 … '금고지기' 곧 영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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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효성그룹 오너 일가의 재산 관리와 그룹의 재무·회계를 담당했던 전·현직 임직원들이 줄소환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윤대진)는 14일 국세청이 조석래(78) 회장과 함께 조세포탈 혐의로 고발한 고동윤(54) 상무 등 조 회장 일가의 재산 운용 내역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최측근 인사 4명을 동시에 소환조사한 뒤 밤늦게 돌려보냈다. 여기엔 재무본부 윤모 상무, 전 재무본부 소속 이모 상무도 포함됐다. 검찰은 고 상무가 조 회장을 도와 효성그룹이 내야 할 수천억원대 법인세와 양도소득세를 포탈한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 이르면 이번 주중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고 상무는 조 회장의 개인 재산 전반을 관리해 ‘금고지기’로 통한다. 이번 수사의 ‘키맨(key man)’으로 지목되는 이유다. 수사팀은 지난 10일 압수수색 과정에서 고 상무의 개인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외장하드, USB 등 전자서류 저장장치를 대거 확보했다. 여기에서 조 회장에 대한 보고서 형식으로 작성된 차명주식 세부 거래내역서를 입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고 상무의 역할이 지나치게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 상무는 종합조정실, 기획팀, 전략본부, 비서실을 거치며 그룹 내에서 승승장구했다. 다른 관계자는 “오너 일가의 자금운용 내역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인물 중 한 명”이라고 전했다.

 검찰은 고 상무 등을 상대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10년에 걸쳐 1조원대 분식회계를 하는 과정에서 조 회장의 직접 지시가 있었는지, 조세피난처에 자금을 빼돌려 국내 주식을 차명거래한 숨겨진 의도는 무엇인지 등을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지난 주말에는 압수물 분석과 맞물려 효성그룹 정모 재무본부장(CFO)과 김모 법무팀장 등이 차례로 소환조사를 받았다. 컴퓨터 하드디스크 교체 등 증거인멸 의혹과 관련해 그룹 전산실장도 소환됐다. 최근 4~5일 사이 10명에 가까운 효성 임원들이 조사를 받았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지 2주 만에 핵심 피의자와 참고인인 전·현직 재무담당 임직원 4명의 조사가 이뤄지자 조 회장 일가 소환이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조사를 받은 임직원 대부분은 “그룹 경영 차원에서 내린 결정으로 회장의 사적 이득을 위해 취한 조치는 아니었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 상무는 본인과 아내의 건강상 이유 등을 들어 수사팀에 선처를 호소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수사팀은 최근 조 회장 일가의 1조원대 분식회계 부분에 대해 조세포탈 외에 사기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조 회장 등 경영진이 법인세를 피하기 위해 분식회계를 의도적으로 자행했고, 이 과정에서 회계장부를 조작해 기업의 부실을 주주 및 투자자들에게 숨겼다는 판단에서다. 이와 함께 금융정보분석원(FIU)에서 이첩받은 자료를 토대로 역외탈세 과정에서의 해외 비자금 조성 여부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심새롬 기자

조석래 회장 수천억 탈세 혐의
검찰, 고 상무가 도왔다 판단
오너 측에 사기 혐의 추가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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