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똥이 멧돼지 퇴치 특효약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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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농작물을 마구잡이로 파먹는 멧돼지가 기승을 부리면서 동물원에서 나오는 호랑이 똥이 주목을 받고 있다. 냄새를 맡으면 멧돼지가 오지 않는다는 속설 때문이다.

 22마리 호랑이가 있는 서울대공원에는 최근 한 달 새 10여 차례 호랑이 똥을 얻어가겠다는 농민들의 전화가 왔다. 호랑이 3마리를 키우는 대구 달성공원에도 수시로 농가 문의가 이어진다. 경북 청송군은 지난달 아예 서울대공원과 호랑이 배설물 관련 업무 협약을 맺었다. 청송군은 동물 먹이용으로 떨어진 사과를 주고, 대신 멧돼지를 쫓기 위해 호랑이 똥을 받아온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호랑이 똥의 멧돼지 퇴치 효과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2008년 대구농업기술센터가 실험했을 때는 별 효능이 없었다. 멧돼지들이 처음엔 경계하더니, 잠시 뒤 호랑이 배설물 근처로 다가왔다. 당시 대구농업기술센터는 “지금의 멧돼지들은 호랑이 똥 냄새를 맡은 적이 없어 크게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하지만 올 3월 동부지방산림청 정선국유림관리소의 실험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 냄새를 맡은 멧돼지가 가만히 주저앉는 등 얌전하게 행동했다. 국립산림과학원 박일권 박사는 “호랑이 배설물에 멧돼지가 기피하는 복합물질이 있는 것으로 보고 검증을 위한 추가 실험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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