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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계에 사교회사 편찬 「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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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개화기 근대화의 물결을 타고 밀려든 외래종교들이나 외래종교의 대두에 따라 그 반동으로 국내에서 일어난 토착종교들이 19세기 중엽부터 겪어온 수난의 역사는 한국근대사와의 연관 속에서 특별한 뜻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각 종단들은 70년대에 들어서 제나름의 안정된 바탕을 구축하고 지난 1백년간의 수난과 업적을 정리함으로써 반성과 발전의 계기를 스스로 마련하고있다. 기독교는 『실록기독교 100년』을, 천주교는 『한국천주교회사』를 이미 출판했으며, 불교는 『불교최근백년사』를, 원불교는 『원불교교사』를, 그리고 천도교는 『천도교백년사』를 연내에 출판할 계획이다.
기독교의 『실록한국기독교 100년』은 최초의 본격적인 한국기독교신교사가 된다는 점에서나 방대한 자료를 실록체로 엮은 점에서 획기적인 업적이다.
1866년 영국인 목사 「토머스」가 대동강변에서 순교함으로써 한국기독교가 여명의 날을 맞기 시작한 때를 『여명의 장』으로 하여 『정초의 장』 『수난의 장』 『형극의 장』 『혼돈의 장』 『부흥의 장』 등 국판전6권으로 정리됐다.
이응찬·백홍준 등 최초의 신교도의 얘기나 성서간행, 서상륜 형제의 공적, 송천교회·새문안교회·정동교회 등 초기교회와 배재·이화학당의 설립 등은 모두 여명기 한국기독교사의 중심설화일 뿐 아니라 한국근대화의 중요한 사건들이다.
대한제국시대·일제무단정치시대, 그리고 남북분단과 동란을 거친 오늘까지 기독교가 검어온 수난과 갈등의 역사가 박완씨에 의해 소설체로 엮어진 것이다.
한편 용재 백낙준 박사의 영문 『한국개신교사』도 수정노보판이 3월중 출판된다.
1823년부터 1910년까지의 「프로티스턴트」 선교사로서 이미 그의 학문적 영작으로 높이 평가된 이 책은 국내독자를 위한 국문판 『한국개신교사』 출판계획과 함께 기대되고 있다.
신자 아닌 일반독자들을 위한 기획이란 점에서 천주교의 『한국천주교회사-주고 받는 이야기로 된-』도 『실록기독교 100년』과 비슷하다.
한국천주교회는 평신도들의 자율적인 활동으로 이룩된 교회이고 평신도들의 피와 땀이 밑거름이 되어 발전해온 오직 하나의 예임을 강조하는 이 책은 1801년 신유박해로부터 1964년3월 교황청으로부터 「한국교회를 위한 전례개혁율령」을 인준 받을 때까지의 한국천주교사를 대화체로 엮고있다.
이미 발간된 유홍렬 박사의 『한국천주교회사』가 1천여면에 달하는 큰 규모의 통사로 널리 보급되었지만 일반신도나 사회인들에겐 너무 힘에 겨운 분량이었다.
따라서 이원순 교수(서울대사대)의 『한국천주교회사』는 교수·신자학생·대학생·여고생을 등장시켜 이들의 대화를 통해 2백70면 정도의 지면에서 경이하게 풀이했기 때문에 훨씬 친근감을 주고있다.
한편 『불교최근백년사 자료집』은 대원군이 섭정하기 비롯한 1865년부터 1966년까지의 불교계사건을 일지형식으로 기술할 계획으로 현재 1만5천장의 원고를 수집했다.
한일합방·3·1운동·일제탄압·해방·동란기·비구제처분규·통합종단의 출범 등으로 나눠 정리될 이 불교의 최근세사를 한국불관종단의 자체정화운동과 분열·갈등·타락분규 등 가장 추악한 동정을 객관성 있게 기술해야한다는 난점을 안고있다.
게다가 이 시대가 단순한 사건사의 나열로서 파악되기보다는 문화사적인 면과 종교학적인 측면이 강조돼야할 시기인 만큼 이점에도 주의가 기울어져야할 필요가 있다.
때문에 연내에 우선 자료집을 간행한 뒤 2년 안에 다시 본사를 낼 계획이다. 『원불교교사』는 1915년 창도된 이래 올해로 56년을 맞는 원불교의 역사다.
교조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가 대각을 이루어 법어를 편 이래 반백년을 지나오는 동안 60여만의 교도로 늘어난 교세를 기념해서 이 책을 낼 계획이다.
원불교와 함께 건실한 토착종교로 인정을 받고있는 천도교도 『천도교백년사』를 낼 계획이다. 수운 최제우 교조가 1860년에 동학을 창도한 이래 항상 무력하여 권력도의 박해만 받아오던 농민층에 깊게 파고들어 이들의 정신적 의지가 되었던 천도교의 역사는 한국사상의 큰 줄기로 오늘날 크게 평가되고 있다.
때문에 1933년에 나온 『천도교창건사』에 이어 최동희 교수(고대)와 「교사편찬위」의 집필로 출판될 사륙배판 7백면 규모의 『천도교백년사』 계획은 「한국학」분야 연구가들에게도 높은 관심을 모으고있다.
연표 등 편년자료는 물론 천도교 창도의 사적고찰과 화보 자료 등이 특히 기대된다. <공종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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