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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규모 있는 설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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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집터와 건축비가 다 준비되었을 때 과연 어떤 집을 짓느냐 하는 본격적인 문제, 즉 「설계」는 집을 짓는데 가장 소중한 대목이다.
집 설계는 첫째 자기에게 맞는 집을 갖겠다는 주인의 요구가 반영돼야하고 한정된 돈으로 가장 경제적으로 쓸모 있는 구조를 찾아야 한다. 건축허가를 낼 때 건축사의 집 설계를 꼭 내야하는데 무조건 건축사에게 『이만한 돈으로 마음대로 해달라』는 식보다는 집주인이 좀더 깊게 집의 설계를 생각해서 건축사와 의논하여 짓는 것이 실패가 없다.
건축사에게 집 설계를 맡길 때 우선 건축사를 엄선하는 일이 중요하다. 엄청난 돈을 들여 마련한 집이 주인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막대한 손해다. 건축사를 정할 때는 우선 그 사람의 건축작품을 한두 곳 살펴보고 「분위기」를 알아 뒤에 실망하는 일이 없게 주인취미와 맞는가를,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건축사는 큰 건물을 주로하는 사람보다 주택을 전문으로 하는 건축사를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다.
설계비용은 집의 크기에 따라, 건축사에 따라 일정치가 않지만 건평20평 기준으로 약2만5천원이면 된다.
건축사에게 맡길 때 주의할 점은 ⓛ공사비한도를 분명히 밝히고 ②원하는 평수·방수·분위기를 설명 ③건축허가 등의 수속비를 어느 쪽에서 부담하는가를 명백히 해야 하는 일이다. 집주인은 건축사가 기본설계를 할 때 얼마든지 의견을 말하고 뜯어고칠 수가 있다. 재료를 어느 회사제품, 어떤 종류를 써야 한다는 것까지도 요구할 권리를 갖고 있는 것이다. 건축사가 해야하는 설계범위는 집 배치·구조·재료·금액·환경·위생·장식까지의 모든 것을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전등갓의 모양까지도 설계할 때 정해야한다.
설계가 끝나면 곧 건축허가를 받아야하는데 여기에 필요한 서류는 ⓛ약사도 ②대지증명 ③인감증명(이상 구청에서 발급) ④대지등기부등본(등기소) ⑤납세증명서(시세·국세) ⑥건축사가 만든 설계도인데 모두 구청건축과에 제출한다.
수속에 필요한 돈은 면허세7천2백원, 자립저축2만원(20평인 경우). 그러면 경제적이고 쓸모 있는 집 설계는 어떤 것일까. 주택건축가 공일곤씨는 『소규모 주택일수록 각방의 기능을 뚜렷이 하여 공간을 아껴야한다』고 말한다. 즉 거실과 침실의 의미를 뚜렷이 하여 침실은 최소한으로 줄이는 대신 거실은 「가족방」답게 넓혀 집의 중심이 되게 한다. 침실은 한사람에 1평반 정도라도 좁지 않다. 부부 방은 4평이면 충분하다. 그리고 요즘 거실은 꼭 의자를 놓고 입식이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여럿이 앉아 놀 수 있는 안방을 따로 크게 잡는 사람이 많은데 공일곤씨는 『거실을 온돌로 해도 훌륭하다』며 집주인 개성에 따른 특색 있는 거실을 강조한다. 잠자는 시간과 공부하는 시간을 제외하고 모든 식구들이 거실을 사용하게 하기 위해선 될 수 있는 한 넓고 구석구석 불편하지 않게 신경을 써야 한다.
주택전문가 박관우씨는 『동선이 편리하기 위해 소 주택에는 복도를 없애고 구석마다 반침을 설치하여 잔 물건을 처리해야 한다』고 말한다.
외국에서는 현재 몇몇 가족이 한데 모여 각기 다른 집이면서 마당을 공유하는 연립주택이 붐을 이루고 있다. 공일곤씨는 변두리의 새로 택지 조성한 곳에 4∼5가족이 함께 땅을 합해 연립주택을 지으면 훨씬 경제적이고 잇점이 많다고 일러준다. 한집에 50평 대지라도 몇 집이 합해서 연립식으로 집을 지으면 공사비를 절약할 뿐 아니라 마당을 넓게 쓸 수 있고 난방 설치 유지비가 적게 들고 교통편을 같이 쓸 수 있고 집을 본다든지 할 때 유리하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이웃」의 선택이 중요하다. 앞을 내다보는 입장에서 새로 집을 지을 때는 가능한 한 전체난방시설을 하도록 한다. 시설비가 평당1만5천원 내외가 들고 뒤의 유지비도 연탄난방보다 3∼4배가 많긴 하지만 앞으로 인건비가 비싸 가정부를 두지 않을 경우까지를 생각한다면 결코 비싼 것은 아니다.
부엌과 식당의 연결, 변소와 목욕탕연결 등 서양식이 보편화하고 있지만 빨래터의 문제, 집안엔 신을 벗는 습관에 따른 현관처리 등 우리생활에 맞는 규모를 찾아야 할 것이다.
현재 전기·난방시설까지 포함해서 평당 건축비는 8만원∼10만원정도. 난방시설 없이는 평당6만원∼7만원이면 튼튼한 집을 지을 수 있다. <윤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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