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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 선보일 한국예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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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국의 현대회화를 소개하는 최초의 영문판 화집이 5월 중 「유네스코」한국 위원회에 의해 출간된다. 45세 이상의 현역화가 21명을 선정, 그들의 작품을 원색으로 3점, 흑백으로 5점을 골라 모두 1백80여 점의 그림을 수록할 이 「한국 현대화집」(Modern Korean Paintings)은 「크라운」판 2백50여「페이지」에 달하는 호화판 책자이다.
기관지 「코리아·저널」(Korea Journal)창간 10주년을 맞아 이같은 사업을 벌이는 「유네스코」한위는 이밖에도 금년 안으로 「코리아·저널·앤돌러지」, 영문판「한국단편문학선집」을 출판하며, 내년에 「한국가사문학전집」, 「한국사상가선집」을 영문판으로, 「한국현대시선」을 불문 판으로 낼 예정이다.
▲「한국 현대화집」=45세 이상의 작가로 개성이 뚜렷하고 한국적인 작품을 발표해 온 화가 21명을 뽑아 그들의 작품 8점(원색 3점·흑백 5점)을 싣는다. 1910년부터 현재까지의 작품을 미술사적 입장에서보다 작품 위주로 선정할 방침이다. 21명의 작가는 김기영 남관 이중섭(작고) 김환기 권옥련 이응로 천경자 박수근 이상범 하종하 유영국 김영주 이성자 김인승 이인성(작고) 김흥수 유경채 최영림 장욱진 제상보 변관식씨 등이다. 이 작가의 선정에서 고희동씨가 빠진 것은 미술사적 입장에서가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상 수록작가의 선정은 10명의 미술평론가(최순우 이일 이경성 이구열 오광수 석도륜 박영방 유근준 유준상)가 각각 20명씩 추천하여 빈석순으로 결정했다고 한다. 선정된 작가의 수록작품은 작가자신이 뽑은 작품을 10명의 선정위원이 선발하기로 했으며, 작가들의 작품평전을 최순우 박영방을 제외한 선정위원들이 집필, 수록한다. 첫머리에 한국의 양화가 도입된 1910년부터 현재까지의 현대한국 미술시대 개관을 싣고 책 뒤에는 한국현역화가인명록을 첨가한다.
이 책은 지금 영문판으로 계획하고 있으나 사정이 허락하면 불문 판으로도 낼 예정이다. 「유네스코」출판부는 금년의 이 책 출판에 뒤이어 내년에는 30∼45세 작가들의 작품집도 내어 현대한국작가의 작품을 정리할 계획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미술의 해외소개는 대부분 고미술분야였다. 외무부·문교부와 문공부에서 영·불문 판으로 낸 한국화집은 지나치게 고미술에만 치우쳤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유네스코」출판부가 계획한 한국 현대화집은 한국미술의 새로운 세계이해를 시도한 것으로 주목된다. 다만 처음부터 시련을 겪고 있는 일이지만 파벌이 작용하기 쉬운 화단에서 작가선정은 쉬운 일이 아니었고 선정된 작가들에 대한 일반의 수긍이 이 사업의 규모만큼이나 큰 문제점으로 남는다.
▲코리아·저널·앤돌러지=창간 10주년 기념사업으로 오는 9월에 발간한다. 기관지 「코리아·저널」의 10년간의 수록내용을 정치·경제·사회·음악·회화·종교·사상 등 분야별로 종합발췌 수록한다.
국판으로 2백50「페이지」예정. 단편소설은 별도 단행본으로 낼 예정이다. 영문과 불문 판.
▲한국단편문학선집=「코리아·저널」에 지금까지 수록되었던 60여편의 단편 가운데 20편을 선정하여 국판 3백「페이지」정도로 낸다. 수록작품은 이광수의 『무정』에서 현역작가의 작품까지 포함되어 있다. 지 달에 서울대대학원에서 한국문학을 연구하고 귀국, 현재 「컬럼비아」대에서 동양어문화 강좌를 맡은 「마셜·필」씨가 미국에서 출판사를 물색중이며 「유네스코」본부와 한국위원회의 공동협조를 받고 있다. 금년 중 출판 예정.
▲한국시선=「유네스코」본부의 소수언어 사용국 문학작품번역「시리즈」로 오는 3월에 발간된다. 민희식·「피터·현」이 번역을 맡은 이 책은 64년의 영문판 『한국의 시』(Poetry of Korea)에 이은 「시리즈」로서는 2번째의 한국문학 번역판이다. 불문 판으로 된 이 책은 고구려의 『황조가』에서 조지훈·박두진씨 등 현대시인의 작품까지, 그리고 향가에서 시조·가사·시까지 4백여 수의 작품이 실린다.
▲한국사상가선집=내년도 출판을 위해 금년 1월호의 「코리아·저널」에 이미 박산영씨의 『원효와 그의 사상』을 싣고 있다. 매월 「코리아·저널」에 대표적 한국의 사상가를 싣고(60장∼80장) 이를 모아 단행본으로 낼 예정이다. 지금까지 선정한 한국의 사상가는 지눌(박성배), 이퇴계(박종홍), 율곡(이우성), 도산(안병욱), 최수운(신일철) 등이며 나머지 6명은 실학관계 학자 중에서 뽑을 계획이다. 그 인물과 사상을 정리하여 소개할 이 책은 한국문화사의 영문판 서설로 현대한국의 이해에 큰 역할을 할 것 같다.
이미 「컬럼비아」대학에서 나온 「동양문화입문 시리즈」에는 58년에 일본·중국·인도 등의 사상서가 미국인들에 의해 나왔고, 「도널드·킨」「디어도·드·배리」등이 편찬한 『일본전통의 기원』은 매년 판을 거듭하고 있다. 단행본으로 낼 때는 사상가들의 원전을 삽입하여 국판 5백「페이지」정도로 낼 계획이다.
▲한국가사문학선집=고려가사에서 정철에 이르기까지 한국문자 사에 중요한 비중을 갖고 있는 작품 15편 가량 선정, 1백50「페이지」장도로 발간한다. 「리처드·러트」신부가 번역을 맡게 될 이 작업은 역자나 가사문학의 새로운 소개라는 점에서 외국 출판사의 새로운 주목을 끌 것 같다. 다만 작품선정을 위한 소위원회 구성과 그들이 얼마만큼 타당성 있는 작품을 고르느냐의 문제는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권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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