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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PP 참여 운 떼는 청와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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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한국 참여를 놓고 정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6~8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이 문제가 공론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3일 기자들과 만나 “(APEC 정상회의 때) 정상 차원에서 얘기가 나올 수는 있다”며 “정부에서는 (TPP 참여를) 쭉 검토해 왔는데, TPP 국가들이 많이 APEC에 가입돼 있어 아태 지역의 협력을 넓히는 것이니까 관심은 많이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참여를 선언하는 방향으로) 그렇게까지 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주 수석의 발언에 대해 “청와대 수석이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 가능성을 언급한 걸 비춰보면 정부가 TPP 참여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게 아니겠느냐”고 했다. 또 다른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TPP 참여는 아직 결정된 게 없다”면서도 “박 대통령이 먼저 말을 하지 않아도 다른 정상들이 TPP 얘기를 먼저 꺼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협상 참여를 위해서는 국내 여론 수렴 절차 등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미국의 통상 전문 매체인 ‘인사이드 유에스 트레이드’는 지난 2일(현지시간) “한국 정부가 TPP 참가를 사실상 확정했다”며 “이 같은 사실을 APEC 정상회의 기간에 발표할지, 서울에서 발표할지를 저울질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 같은 보도에 대해 3일 “정부 입장은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공식 부인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APEC 정상회의에서 TPP에 대한 관심 표명을 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처럼 먼저 운을 떼고 여론 수렴에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일본은 2011년 11월 APEC 정상회의에서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당시 총리가 관심 표명을 한 뒤 올해 3월이 돼서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협상 참여를 선언했다.

 TPP는 미국이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자유무역체제다. 일본·호주·브루나이·캐나다·칠레·말레이시아·멕시코·뉴질랜드·페루·싱가포르·베트남 등 16개국이 협상에 참여하고 있다. 현재 협상 참가국 기준으로 TPP는 세계 총생산(GDP)의 38%, 무역량의 28%를 차지한다. 성사된다면 세계 최대의 자유무역협정이 되는 셈이다.

 정부의 고민은 한국의 TPP 참여가 중국의 고립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 있다. 그 때문에 박 대통령이 이번에 관심을 표명하더라도 실제 한국이 협상에 참여하기까지는 외교적·경제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가 적지 않은 상황이다.

 한편 박 대통령은 취임 후 네 번째 해외 순방길에 오른다. ▶6~8일 APEC 정상회의 ▶9~10일 브루나이에서 개최되는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11~12일 인도네시아를 국빈방문한 뒤 ▶13일 새벽 귀국하는 일정이다. 박 대통령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이어 아시아·태평양 다자외교 무대에서 두 번째 ‘중재자’ 역할에 나선다. ‘회복력 있는 아태 지역, 세계 성장의 엔진’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서 박 대통령은 선진국과 신흥국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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