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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화장실 침입 성폭행해도 정직 6개월 경징계한 한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성폭행 후 동영상을 촬영해 협박, 20대 인턴사원을 성폭행하려다 미수, 헤어지자는 불륜 관계 여성 협박…. 일부 한국전력공사 직원들의 비리 내용이다. 하지만 한전 측은 죄질에 비해 가벼운 징계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한전이 최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홍일표(새누리당) 의원에게 제출한 한전의 감사보고서를 통해서다. 보고서는 2011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한전이 자체 적발한 직원들의 비리 내용을 담고 있다.

 JTBC가 1일 단독 입수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한전 직원들의 성범죄와 기강해이 실태는 심각했다. 2011년 여름. 한전 대전본부 직원 A씨는 건물 1층 여자화장실에 침입해 일반 여성을 성폭행하고 이를 동영상으로 촬영한 사건이 벌어졌다. A씨는 법원으로부터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에 성폭력 치료강의 40시간의 확정판결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이후 한전은 A씨에게 고작 6개월 정직 징계만 내렸다.

 지난해 5월. 인천본부에 근무하는 간부 B씨는 퇴직을 넉 달 앞두고 있었다.

 부서 회식 후 갓 입사한 20대 초반의 인턴사원을 집에 데려다 준다고 속인 뒤 모텔로 데려가 성폭행을 시도하려다 경찰에 붙잡혔다. B씨는 구속 기소됐지만 한전은 B씨의 퇴직 날이 돼서야 징계처분을 내렸다.

 올해 7월, 민원인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온 충북본부 직원 C씨는 여성이 헤어지자고 통보하자 불륜 내용이 담긴 소포를 여성의 가족에게 발송했다. 그는 지속적으로 여성을 협박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았지만 감봉 5개월에 그쳤다.

 감사보고서엔 하청업체와의 검은 유착비리도 수백여 건이나 나온다.

 서울본부의 한 직원은 업체로부터 3000만원의 금품을 차명계좌로 받았고 밀양본부의 직원 두 명은 도우미가 나오는 술집에서 업체로부터 수십만원대의 향응을 받아 감사팀에 적발됐다.

 또 다른 직원은 업체의 편의를 봐주면서 휴가비와 개인 병원비, 장인 칠순잔치 명목으로 총 70만원을 뜯어냈다.

 한전 직원이 전기를 훔친 사례도 있었다.

 전북본부의 한 직원은 자신의 아파트 전기계량기를 조작해 전기요금 370여만원을 누락시켰다. 또 다른 한전 직원은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과일가게에 농사용 전력을 무단으로 연결해 사용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전 관계자는 “징계 수위는 인사규정에 따라 징계위원회에서 정한다”며 “철저한 직무감찰을 통해 각종 범죄와 비리를 척결하겠다”고 해명했다.

 홍일표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위원은 “한전은 대표적인 공공기관 중 하나인데도 직원의 기강 확립을 위한 조치가 너무 미흡하다”며 “좀 더 강력한 징계 조치나 한 번 비리가 적발되면 바로 퇴출시키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미혜·이지은 JTBC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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