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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 밀리면 월세 인상?…월세 급증에 분쟁도 ↑

조인스랜드

입력

[황정일기자] 임대차 계약 만료 8개월을 남기고 지난 6월 사정상 새 집을 월세로 얻어 이사한 최모(서울 강북구)씨는 지금도 전에 살던 집의 주인에게 꼬박꼬박 월세와 관리비를 주고 있다.

최씨가 중개수수료를 부담하고 새 세입자를 구하겠다고 했지만 집주인은 거부했다. 월세가 계속 오르고 있으니 최씨와의 계약 기간이 끝난 뒤 세를 놓으면 월세를 더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최씨는 “중개업소까지 중재에 나섰지만 집주인이 고집을 부려 몇 달째 월세와 관리비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대학에 다니는 정모씨는 자취방을 구하다 황당한 경험을 했다. 집주인이 계약서에 ‘월세 밀리면 월세 10% 인상’이라는 특약을 요구한 것이다. 정씨는 “집주인이 막무가내여서 어쩔 수 없이 특약을 넣고 계약했다”고 전했다.

바빠진 임대차 상담실

전·월세난에 집주인과 세입자 간 분쟁이 급증하고 있다. 최근 도시형생활주택·오피스텔 등 소형 주거시설이 대거 공급된 데다 아파트 반전세(보증부 월세)까지 가세하면서 특히 월세 분쟁이 늘어나고 있다.

서울시 임대차 상담실에 접수된 임대차보증금 반환 분쟁도 증가 추세다. 2010년 2459건에서 2011년 2781건으로 13% 늘었다. 지난해엔 상반기에만 1680건을 기록하더니 올 상반기엔 332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거의 두 배로 급증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전·월세난이 가중되면서 우위에 선 집주인들이 불합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등 세입자의 고충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집주인들이 손에 든 칼자루를 악용하는 셈이다. 세입자들은 어쩔 수 없이 들어주는 경우가 많다.

물론 세입자만 속을 썩는 것은 아니다. 월세를 내지 않는 등 세입자 때문에 속을 썩는 집주인도 적지 않다. 서울 금천구에 사는 김지연(가명)씨가 그런 경우다. 김씨는 2011년 자신의 집 1층 원룸을 보증금 1000만원, 월세 40만원에 2년간 임대했다.

세입자는 입주 후 몇 달간은 월세를 빠짐없이 냈지만 임대차 계약 만료 7개월 전부터는 월세를 내지 않았다. 김씨는 보증금에서 밀린 월세 만큼을 제하고 임대차 계약이 끝나면 돌려줄 테니 집을 비우라고 했다.

전문가 도움 받는 게 유리

그러나 세입자는 월세를 내지 않은 증거를 내놓으라면서 해당 집의 매매 금지 가처분 소송을 냈다. 김씨는 “다세대주택 1~2층을 계속 임대해 왔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보증금이 있으니 밀린 월세를 떼이는 일은 없겠지만 그저 황당하고 답답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런 일을 막기 위해선 무엇보다 임대차 계약서를 꼼꼼히 작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부동산 전문 변호사들은 “임대차 계약 체결 때 집주인과 함께 관련 내용을 검토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법률이 세세한 부분까지 전부 규정할 수는 없기 때문에 상호 합의가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집주인이 요구한 대로 계약서를 작성할 경우 상호 합의가 이뤄졌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이후 불공정 조항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더라도 물리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계약이 지나치게 불공정해 보인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게 좋다.

분쟁이 생기면 연결해준 부동산 중개업소를 통해 조정, 합의하거나 서울시가 운영하는 전월세지원센터 등의 도움을 받는 것도 방법이다. 전월세지원센터 관계자는 “서울시는 물론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상담실 등을 운영하므로 분쟁이 발생할 경우 적극적으로 이용할 만하다”고 말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도 전국 LH 지역본부 10개 소에서 이달 말까지 전월세상담소를 운영한다. 전·월세 관련 정보 제공과 법률·금융 상담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인터넷 홈페이지(http://jeonse.lh.or.kr)를 통해 온라인 상담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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