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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논쟁…통일교 교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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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기독교의 신흥종파인 세계기독교 통일신령협회(통일교)가 새해 벽두부터 새로운 교리논쟁의 태세를 펴고 나섰다.
이들은 지난해 7백77쌍의 국제적인 대규모 합동결혼식을 가져 세상을 놀라게 했고 서울대문리대의 학림제 행사에서는 「현대신학과 신흥종교세미나」로 종교논쟁을 일으켜 종교계의 파문을 몰아왔었다. 서남동 교수(연세대 신대 학장)와 한철하 박사(장로회신부) 사이의 통일교교리를 둘러싼 논쟁은 특히 관심을 모았었다.
이런 때 통일교회의 산하단체인 전국대학원리연구회가 10일∼11일「아카데미·하우스」에서 50여명의 대학교수들을 초청, 통일교의 교전인 「원리강론」의 종교성에 관한 토론을 가져 또 한번 종교계의 비상한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주최자인 전국대학원리연구회는 ①공산주의·유물사관을 극복하고 통일사관을 정립하며 ②긍정적인 한국관을 바탕으로 지도자를 양성하고 ③성도덕을 바로 해서 사랑의 질서를 확립하는 운동을 전개하며 ④종교와 과학의 불협화를 해소하는 원리를 추구한다는 목적을 내세우고 있다.
이 자리에서 『「원리강론」 종교성과 그 의의』라는 주제를 발표한 김영두 교수(고대 정경대 학장·정치사상사)는 『이「원리」가 기독교를 현대적 방법·지성·논리에 맞추어 새로 발견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동양종교를 성서의 증명에 원리적으로 원용한 것이기 때문에 학적인 면에서 보면 「원리」는 동양종교』라고 해석했다. 그는 불교의 법(진리)이 강론의 「원리」로 볼 수 있으며 불교의 「불이 중생이고 중생이 불」이라는 것이 「원리」에서 인간이 하나님과 일치하는 것과, 타력불·대비가 신의 은총과, 문수의 현신이 부활과, 인과법칙이 탕감복귀의 원리와, 삼보를 삼위일체와 같은 형식의 것으로 본다.
그는 또 유교의 가족정신과 구약시대의 가족 중심적 의미를 일치하는 것으로 보고 천자의 관념을 원리의 「하나님의 아들」과 같은 것이며 음양의 중화론과 이성성상론의 일치, 우주자연의 변천원리로서의 역과 변화론을 같은 것으로 본다.
따라서 「원리」가 동양종교와 통하며 본질적으로는 재림의 뜻을 한국에서 구하는 뜻에서 한국의 종교라고 설명했다.
이점에 있어서는 박노식 교수(경희대)도 『「원리」가 성서의 해석을 객관화하려고 애쓴 점과 한국적인 것의 발견에 노력한 것, 그리고 생활과 성서를 접근시켜 올바로 해석함으로써 생활합리화에 지침이 된 것』등을 높이 평가했다.
장로교신자인 박덕배 교수(서울대교육대학원)는 교리면에서 정통기독교와 차이가 있으나 『우리의 것이 바다건너로 뻗어갈 수 있다는 것은 큰 매력이며 국민에게 힘을 주는 것』이라고 말하고 그러나 『신학은 해석이라 할 수 있으나 일반성 없이 진리와 등진 해석을 자신에만 유리하게 전개하는 것은 잘못이며 또 가치 초월적인 것이 종교인데 지나치게 과학화해서 해석하는 것이 어떨지 의문』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필규 교수(전남대)도 ①기독교원리를 과학적으로 설명한 것 ②하나님의 원리를 피조세계의 원리에서 찾아 이성으로 설명한 것 ③일반적으로 종교가 배타성을 띠지만 이들 종교를 포괄하고 조화해서 진리에 접근시키려한 것 ④방황하는 학생세대를 선도할 한국인의 이론체계를 창조, 정립한 것 등을 장점으로 들었으며 권윤혁 교수(동국대)는 『위대한 꿈을 갖지 못한 우리민족에게 세계문화의 원천지가 되려는 의욕을 준점』에 의미를 찾았다.
불교학자인 홍정식 교수(동국대)는 기독교 신학을 합리주의적으로 해석하려는 노력을 보인 점에 경이와 대담성을 느낀다면서 그러나 『한국에 부활한다고 설명한 재림론은 지나친 자기중심적 사고이며 관용을 중심해야할 종교로서는 흡족하지 못하다』고 지적, 더 충분한 증거가 필요하다고 평했다.
이항령 교수(고대)는 음양사상, 불성론 등 유교·불교를 긍정적으로 섭취, 기독교 교리의 해석에 활용한 것을 높이 평가하면서 『「원리」가 인간·종교의 동일성을 구하는 점이 인류평화를 가져오는데 기여할 소지를 보이고 있으며 기독교의 한국토착화에 공헌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구약을 통해 수리적으로 섭리를 전개시킨 점은 설득력이 있으나 이것이 오히려 무리를 가져와 전체적으로 흠을 드러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예수가 유태교의 율법보다는 「사랑」을 강조했듯이 현실세계에 있어서 새로운 윤리적 덕목을 강조할 필요가 있으며 그 점에서 이 「원리」가 더 개척할 여지가 있다고 봤다.
이 모임에는 원리연구회의 지도교수들을 포함한 여러 전공분야의 교수들이 참가했었는데 정통기독교 신학자들이 참가하지 않아 토론에서의 격론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 모임은 새해 들어 「기독교사상지」가 「71년의 한국교회와 신학」을 특집으로 꾸미면서 「기성교회로부터 사이비로 규정된 신흥교파들의 문제」를 다루고 있어 새해 종교계논쟁의 전초로 해석될 가능성을 보여 관심을 갖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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