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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집 '잔혹영화' 낸 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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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때로는 강신무(降神巫)의 위력마저 내뿜는 싱어송라이터 야야.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벗은 여자의 등 위에 ‘殘酷映畵(잔혹영화) 감독 夜夜(야야)’란 글씨가 적혀있는 흑백사진. 싱어송라이터 야야의 2집 앨범 ‘잔혹영화’는 커버만으로도 눈길을 붙든다.

 음울하면서도 아름답고 기괴하면서도 웅장한 14개 트랙, 야야가 쓴 6개의 이야기, 각각의 장에 맞춰 야야가 주연하고 연출한 사진이 영화처럼 흘러간다. 지독히 외로워 사람의 신체 부위를 모아다 바느질해 자기만의 친구를 만들었던 영화 ‘메이’의 주인공에게서 연민을 느꼈던 기억, 야야 자신의 끔찍했던 왕따 경험과 자살 기도. 음악으로 죽음과도 같았던 고통을 이야기하는 야야의 작업은 김영하의 중단편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1996)의 충격을 떠올리게 한다.

 놀라운 건 작사·작곡·편곡·프로듀싱은 물론 앨범 디자인까지 그가 혼자 해냈다는 점이다. 기타리스트 신윤철, 크라잉넛의 김인수, 킹스턴루디스카의 성낙원 등 이 세션으로 참여해 음악적 완성도를 높였다. 타이틀곡 ‘유령’의 뮤직비디오 역시 야야 주연·감독·편집이다.

 젊은 시절의 한영애를 떠올리는 그의 목소리는 주술처럼 사람을 홀린다. 음악은 어둡되 신비롭고 목소리는 타락천사 같고 몸매는 글래머러스한 무당 같은 여자. 야야는 강해 보이지만 실제로 만나본 그는 바람에 날아갈 듯 여리고 밝았다.

 “울고 화내는 대신 음악을 택한 거예요. 저를 위한 살풀이죠. 하지만 제 음악을 필요로 하는 사람도 있을 거라 생각해요. 외로운 사람들에게 같이 울고 털어보자고 손짓하는 거죠.”

 쉽잖은 인생이었다. 중학교 때 학교폭력의 고발자로 오인받아 선생님들에게 따돌림 당한 경험이 그 중 하나다. 미술·피아노·영어·글짓기·웅변 등 대회란 대회는 다 나가 휩쓸던 그는 선생님들의 방해로 아무런 대회에도 나갈 수 없었다. 예술고 진학의 꿈이 짓밟혔다.

 “어떤 분이 SNS에 ‘어떤 인생을 살면 이런 음악을 만들 수 있어요?’라고 물으셨어요. 웬만한 건 다 답해주는데, 그것만큼은 답할 수 없었어요. 속으로 생각했죠. ‘내 인생은 장난이 아니었는데…. 내가 계속 음악을 들려주면 되겠지, 뭐’라고.”

 마지막으로 물었다. 야야는 무슨 뜻이냐고. “밤은 이중성이 있잖아요. 어둡고 무섭지만 화려한…. 내 음악도 나도 그렇다고 말하고 싶었어요.”

글=이경희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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