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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이숙종 여성단체협회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18개 여성단체에 11만회원을 산하에 거느리고 있는 한국여성단체협의회의 총수 이숙종씨는 『여자중한줄 모르는 나라에서 일을 하자니 힘도 들거니와, 할일이 너무 많다』면서 71년에 할일들을 차근차근 펼쳐보였다.
『지난해 9월의 전국여성대회에서 우리는 70년대의 인구문제에 대한 여성의 역할을 과제로 채택했었읍니다.
이 과제를 검토하는 도중에 발견된 것중의 하나가 여자중한줄 모르는 여자의 마음이 인구문제의 기본이 되는 가족계획수행을 방해하고 있다는 것이었죠. 금년 9월 다음 주제가 새로 결정될 때까지는 공해·거주·이농·취업등 인구문제에 따른 각종 문제와 함께 아들 하나를 낳기위해 딸을 일곱, 여덟씩 낳으며 기다리는 남아선호의 관념을 뜯어고치기위한 교육을 중점적으로 다룰 예정입니다. 여자자신이 자기비하의식을 끝없이 다음 세대에 물려줘서야 무슨 희망이 있겠읍니까.』

<도덕되찾아 부패와 대항>
부정·부패란 말이 너무 오래 사회를 휩쓸고 여기에 여성들이 큰 뜻을 하고 있다는 자생의 소리가 일부에서 높은데 이숙종씨는 『늘 관계없는 사람들만 깨닫고 반성한다』고 개탄한다. 여성단체들이 들고 일어나 부정·부패 추방을 외쳐대도 장본인들의 심장을 두드려대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부정·부패라는 것이 고급공무원과 실업가들을 둘러싼 경제적 스캔들에 그치는 문제라고 보지 않습니다. 사상과 사조·도덕감과 인정을 좀먹고 만연돼가는 부정·부패의 소지에 더욱 깊은 절망을 느낍니다. 결정적인 부정·부패추방의 키는 정치분위기에 달려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여성들 자신의 책임도 통감하고 있으므로 금년내내 도덕감 되찾기운동을 벌여 갈 각오입니다.』

<신중한 표의행사 계몽>
선거가 있던 지난 67년 여성단체협의회는 축첩자에게 투표안하기 운동을 벌여 원만한 가정을 토대로 한 정치풍토 개혁을 촉구했었다. 다시 맞은 선거의 해인 금년에는 『이 나라의 정치판도 바꿔놓을 수도 있는 여성유권자의 힘을 자각하고 신중한 표의 행사를 하도록』계몽할 예정이라고 이회장은 말한다. 동사무소 직원하나도 여자는 안쓰는 우리사회에서 여성의 지위를 높이기 위해서는 정책입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리에 여성을 많이 진출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보인다.
해방전에 이미 여성운동과 여성교육사업에 종사했던 이숙종씨는 『그때는 자기돈을 쓰며 뛰어다녀도 보람이 있는 조국해방이라는 목표가 있었다』고 회상한다. 그러나 시대가 바뀐 오늘에는 개척자다운 리더를 발견하기 힘들며 그것이 여성단체활동에 큰 애로가 되고있다.

<급한건 여성지도자양성>
『그래서 금년에 가장 큰 비중을 두고 계획하는 일은 여성지도자를 스카우트하고 훈련시키는 일입니다. 아직도 수많은 악조건과 불행속에 있는 우리 여성들을 위해서는 해야할 일이 많으며, 능력있는 젊은 여성들이 생을 바쳐 일해도 결코 후회가 없을 분야라는 것을 확신하고 있읍니다.』 백발이 성성한 여성지도자는 금년내내 젊은 후배들을 맞기위해 문을 열어놓고 있겠다고 말한다. <장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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