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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그 알파와 오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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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도대체 71년1월1일이란 어떻게해서 정해진 것이며 무슨 뜻이 있는 날인가. 아니 도대체 시간이란 무엇인가. 1년이란 시간의 길이는 어떻게 정해진 것이며 항상 불변하는 것인가. 시간은 금보다도 중요하다고 하는데 시간활용법, 시간설계법, 인공시간창조법 같은 것은 없는가. 10간12지(간지)라해서 연월일시에 열두동물이 따라다니고 그 10간12지로 점까지 보고 있는데 그 유래와 의미는 무엇인가. 앞으로 1년간을 뜻있게 값있게 보내자는 뜻에서 시간에 대한 ABC를 담은 시간소백과를 꾸며봤다.

<문학.철학에서의 시간>『감정상시간』으로 파악
고대중국에는 일찌기 시간에 관하여 논한 것을 문헌에서 찾을 수 없고 인도서는 시간을 세로 나누어 생각했음을 엿본다. 나를 중심으로 과거·현재·미래의 3세로 나누었다. 현세는 언젠가는 지나가고야말지만 과거는 없어지지 않는다고 믿었다.
불교시대에 와서 시간을 학문적으로 생각했는데 시간의 실체의 존재에 관해 생각했다.
김동화박사(동대대학원장)는 불교에는 시간의 실체가 존재하지 아니한다고 한다.
즉 시무별체다(소승불교에서는 있다고 함). 다만 현상적으로 있으나 잡을 수가 없다. 『오성의 형식은 시간과 공간이다』고 칸트가 말했듯이 시간은 자기수양상의 문제가 된다. 감각적으로 존재하는 것 뿐이다.
과거 어디서왔다가 다시 과거로 돌아가는데 이 개체적인 실체는 바로 자기 마음이다. 마음은 두가지다. 미혹한 현상심에서 본질심으로 돌아가는데 부처가 된다. 현상심으로 올때나 다시 본질심으로 돌아가는데 시간이 걸린다. 미혹이 두터운 사람은 득도하는데 삼아승저겁이란 시간이 걸린다. 겁은 시간의 최대치다. 영원한 시간이다. 삼아승저겁은 무수겁이 또 세개나 되는 긴시간이다. 시간의 최소치는 찰나다. 찰나는 장수가 칼로 물을 내리치는 그야말로 눈깜짝할 시간인데 이것을 12등분하는 더 짧은 단위까지를 생각한다.
이 찰나에도 9백의 생멸이 있다고하니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리나 본질심의 세계에는 겁이나 찰나가 없다. 즉 시간이 없는 것이다.
그리스도교에서는 시간을 중시한다. 종말사관은 곧 인류의 시간이 끝날때가 있음을 역설한 것이다. 성경에 시간이 익을 때를 기다리라고 했다. 심판하는 날, 인류의 역사가 끝나는 날을 명백히 전제했다.
그러나 신자체, 즉 절대의 세계는 시간과 공간을 초윌하고 있다. 구원의 길이란 이 절대의 세계에 들어가는 것을 뜻한다.
서양에서는 일찌기 시간은 운동하는 물체도, 물체의 운동도 아니며 독립적인 존재도 아닌것으로 규정했다. 현실을 포괄하는 것으로 공간과 함께 생각했다. 시간의 영원한 절대적 존재, 우주적 또는 주관적 존재의 관계가 여러가지 신학적 .형이상학적 해석의 주제가 됐다.
근세초부터 시간은 공간과 함께 수학화해 역학의 기초개념이 됐다. 예로 칸트의 시간의 유념성속에는 시간이 객관적 자연인식의 기초가 되게했다.
영문학자 송욱교수는 베르그송의 시간론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일반이 말하는 시간은 공간화한 시간이라고 베르그송은 말했다. 정말 움직이는 시간자체는 자연계의 창조과정과 우리 의식의 창조과정이다. 시간은 직관을 통해서만 볼 수 있고 지성으론 파악하지 못한다. 지성은 행동의 편의를 위해서 움직이는 시간을 마치 영사기를 멈추듯 고정시키기 때문이다.
베르그송은 시간을 멜러디와 같은 순수지속이라고 했다. 계속될 뿐 반복하지 않으며 한번 지나가면 그만이다. 생물의 진화처럼 시간은 새로운 창조를 가져온다. 창조과정 자체가 정말 시간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윌리엄·제임즈는 시간을 의식의 흐름이라고 했다. 제임즈·조이스의 『율리시즈』는 이 의식의 흐름을 주제로한 소설이다.
시간을 다룬 소설은 프랑스의 말로세르·프르스투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박태원씨의 『소설가 구보씨의 하루』등이 있다.
김붕구교수(서울문리대)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작품세계를 간추렸다.
한마디로 캘린더의 시간과 감정상의 시간이 다르다는 것이다. 주인공은 조모가 죽은지 1년이 지난 어느날 마음속으로 조모의 죽음을 실감한다. 그는 조모가 죽은 시간은 1년전이 아닌 바로 그때라고 보는 것이다.
전쟁후에 벌어진 무도회 장면 묘사에서 춤추는 부인들의 얼굴을 『시간의 각인이 깊이 파고 지나갔다』고 썼다. 주인공은 시간을 초월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시간은 외모와 내면에서 나를 죽음으로 향해 이끈다. 흐름은 한 순간도 절대 거꾸로 흐르지 않는다. 김교수는 카뮈가 말한 『수학적인 냉혹한 정확성』을 인용했다.
주인공은 한순간 시간을 초월하는 순간을 얻었다. 우발적으로 일으킨 추억속에서 자신은 시간의 구애없이 종횡으로 치닫는다. 과거는 뒤에도 앞에도 있지않고 내속에 있다. 그래서 추억을 중시했고 죽음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작품을 남겨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정확안 시간은 없는가>천년에 1초차 시계도
『시간을 정확히 지켜라』느니 『내 시계는 아주 정확하다』느니 할때 정확은 무엇을 표준으로 하는 것일까. 그리고 천문대의 표준시계(천문시계.우리나라엔 없음)에 따라 시보를 해준다고 할때 그 기준시계는 어느 정도나 정확한 것일까. 아주 옛날 사람들은 해가 서쪽으로 지고나서 그 다음날 다시 서쪽으로 질때까지를 1일로 쳤다.
그 다음엔 태양이 제일 높은곳에 와서 지상에 세운 그림자가 제일 짧을 때부터 그 다음날 역시 태양이 제일 높게 떠서 그림자가 제일 짧을 때까지를 1일로 잡게 됐다. 이것이 시태양일인데 편리하긴하면서 1일의 길이가 주기적으로 달라지기 때문에 18세기말부터 19세기에 걸쳐 유럽에서는 1년을 통해 시태양일을 평균한 평균태양일이라는 것을 잡았다.
그러나 지구의 자전이 엄밀히 말해서는 일정치 않으므로 평균태양일도 조금씩 틀려진다. 이래가지고는 불편하므로 최근에는 1900년초의 시점에서 잰 1태양년의 길이를 3천1백55만6천9백25·747초로 정했다. 그러니까 1초란 1태양년의 3천1백55만6천9백25·9747분의 1인 것이다. 정확한 시간이란 이렇게 정해진 시간단위에 맞아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세상에는 별의별 시계가 있지만 이렇게 정해진 시간단위에 꼭 들어 맞을수는 없다. 하루는 8만6천4백초인데 휴대용 시계로 10초이하 틀리면 제1급 시계이고 30초까지 틀리더라도 고급시계라고 한다. 크로노미터는 하루 0·5초 틀리면 좋은 것이고 근래까지 시보를 알려주는 천문시계는 정도높은 것이 하루 0·00l초이하(50년에1초) 정도 틀렸다.
그런데 근래엔 수정발진기를 이용한 천문시계를 갖고는 1초에 1백만회의 계산을 하는따위 초고속으로 움직이는 컴퓨터등에 발맞추기가 힘들게 됐다. 그래서 더 정확한 원자시계가 만들어지기에 이르른 것이다. l949년에 처음 만들어졌을때의 원자시계는 하루 0·01초정도 틀린 것이 최근엔 1천년에 겨우 1초 틀리는 것이 제작되어 나왔다. 그러나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시간을 그렇게까지 정확히 따질수는 없다.

<12지로 본 시간>띠와 운명의 관계 우연일뿐
올해는 돼지해(신해년). 이해에 태어난 사람은 누구나 돼지띠로서 평생 지니고 살게 된다. 이소프가 동물이야기로 인간의 행동을 풍자한 것은 유명하거니와 지금도 『저놈은 여우같다』느니 『저놈은 소같다』느니하고 생김새·몸가짐에 따라 동물하고 비교하곤 한다. 중국에선 옛날 은나라때부터 10과12를 조합해서 60의 주기로 날짜를 세었다고 한다. 10간이란 갑, 을, 병, 정, 무, 기, 경, 신, 임, 계이고 12지는 자(쥐) 축(소) 인(호랑이) 묘(토끼) 진(용) 사(뱀) 오(말) 미(양) 신(원숭이) 유(닭) 술(개) 해(돼지)이다. 10간 첫머리인 갑과 l2지 첫머리인 자와 연결시켜 갑자, 각각 둘쨋번 자리를 연결해서 을축, 이런식으로 해나가면 60개의 간지가 나오게 된다. 61회째는 다시 갑자가 된다. 회갑이니 환갑이니 하는 것은 60회째 자기 띠가 되는 해인 것이다.
처음 은나라때는 60간지로 날을 세었는데 뒤에 연월에도 붙이게 됐다. 그것이 우리나라에도 전해져 오게 된 것이라고 한다. 12지에 동물을 배치하게 된 것은 뒤의 일인데 만주의 샤마니즘에서 전해져 온 것이라는 사람도 있다. 12지에 동물을 배치해서 쓰는 것은 우리나라·중국·일본·월남등인데 동물이 좀 다른데가 있다. 월남에서는 축이 물소, 묘가 고양이, 미가 산양이고, 일본서는 해가 멧돼지인 것이다. 그나라 민족에 친근한 것들을 배치했다고 보면 된다. 12지엔 동물, 10간엔 오행설에 의한 목(갑을), 화(병정), 토(무기), 금(경신) , 수(임계)를 붙여 운세판단에 쓰게 됐다. 호랑이띠 여자는 과부가 되기쉽고 말띠 그것도 백말띠(병오)는 팔자가 세다해서 오늘날에도 임신조절까지 되고있는 실정이다. 이 띠와 인간의 운명과의 관계를 통계적으로 체계화한 것이 사주추명학이라고 한다.
역학자들도 병오에 난다해서 모두가 팔자가 세다고 믿는것 따위는 미신이라고 배격하면서도 띠에 따라 성격이 공통적인 경우가 많고 제1차 세계대전, 태평양전쟁, 6·25동란이 호랑이띠에 일어난 것같이 우연이라고 보기엔 너무나 신비스러운 일이 있는 것을 지적한다. 모씨는 말띠가 태양같이 밝은 성격을 가진 사람이 많고 양띠가 여자같으면서도 의지가 굳센 수가 많은 따위의 타고난 성질을 올바르게 인식하고 그에 의해 자기성격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현대적 10간12지 활용법이라고 일러준다.
끝으로 소한·대한·소설·대설·삼복등의 24절기는 우리나라 특유의 것이라는 것을 부기해 둔다. 어떤 선교사가 달력에 농사와 관계가 있을 듯한 이름을 붙인 것인데 대설에 큰눈온 일이 드물듯 별로 맞지않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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