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는 건강 증진 … 사회·생명과학 넘나드는 공동연구 첫 걸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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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BK21 융복합 사업단장 정혜주 교수.

‘어린 시절 가난했던 사람은 왜 성인이 된 후 당뇨병에 걸릴 위험이 높을까. 또 이들의 당뇨병을 예방할 방법은 없을까’.

국내에서 최초로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한 연구가 시작된다. 고려대 보건과학과 ‘인간생명-사회환경 상호작용 융합사업단’이 그것이다. 사업단은 지난 8월 BK21플러스사업 인문사회 융복합 분야 사업단으로 선정됐다. 보건학 분야에서는 유일하다. 이 사업단이 추구하는 것이 바로 ‘인간 건강에 대한 초학제적 교육과 연구’다. 사업단장은 보건과학대 정혜주(37·보건행정학과장·사진) 교수. BK 사업단장 중 최연소다. 보통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이 맡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정 교수를 만나 사업단 선정의 의미와 추진계획에 대해 들었다.

정 교수는 사업단 선정의 의미에 대해 “건강증진을 목표로 한 사회과학과 생명과학 간 공동연구가 국내 처음 첫발을 내디뎠다”고 말했다.

보건학 분야의 초학제적 융복합 연구는 외국에서도 새로운 분야다. 국내에서는 불모지나 다름없다. 유전학과 생물학을 아우르는 보건생명과학 분야가 형성되지 않은 탓이다. 정 교수는 “건강에는 유전적·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사회과학과 자연과학을 넘나드는 초학제적 공동연구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고려대 보건과학대학의 경우 보건행정학과·식품영양학과·환경보건학과뿐 아니라 임상병리학과까지 두고 있어서 가능했다는 것이 정 교수의 설명이다.

사업단은 역점 연구 분야를 두 가지로 압축했다. 하나는 취학 전 아동발달 분야다. 취학 전 아동의 발달이 전 생애에 걸쳐 건강상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이 시기의 환경적 원인을 규명하는 것이다. 정 교수는 “어린 시절에 영양실조를 겪으면 나이 들어 당뇨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면 미리 정책적으로 개입해 예방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즉 ‘영양실조’라는 환경이 ‘당뇨병’이라는 건강상태 변화를 일으킨 유전적·생물학적 메커니즘을 밝힘으로써 효과적인 국가보건정책 개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반대로 보건정책의 적절성 여부에 대한 검증도 가능하다. 정 교수는 “이러한 연구를 통해 근거에 바탕을 둔 정책을 마련할 수 있고, 정책이 잘 만들어졌는지 평가도 가능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분야는 직장의 사고성 재해에 대한 것이다. 사고성 재해의 사회적 원인을 밝히고,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골자다. 궁극적으로 재해를 예방하고 재해로 인한 장애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기존 연구는 제도나 사회적 인자들이 어떻게 재해에 작용하는지에 대한 연구가 미비했다. 사업단은 이를 규명해 사고성 재해를 예방하는 정책에 기여하는 것이 목표다.

정 교수는 앞으로 이뤄지는 사업단의 연구결과가 결국 정책에 반영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향후 매년 연구 분야당 3~4편의 융합적 연구 결과를 도출한다는 계획이다. 정 교수는 “연구 결과가 실제로 효과가 있다는 것을 (정책입안자에게) 확인시켜주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답했다.

◆ BK21(Brain Korea 21) 플러스사업=과학기술 분야, 인문사회 분야 등 석·박사급 1만8500명을 지원하는 대학원 지원사업. 이 사업의 전신인 BK21 사업이 ‘세계 수준의 연구중심대학 육성사업(WCU)’과 통합돼 BK21 플러스 사업이 됐다. BK21은 세계 수준의 대학원과 지역 우수대학을 육성하기 위한 교육부 프로젝트다. 올해 3단계째로 2019년까지 7년간 매년 2500억원이 투입된다.

류장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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