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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장희빈' 선정성 논란

중앙일보

입력

KBS 특별기획드라마 「장희빈」이 드라마 초반 여주인공의 목욕신과 키스신을 내보내 선정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SBS 드라마 「야인시대」에 대한 폭력성 우려에 연이어 제기된 이번 KBS 사극 선정성 논란은 공영방송이라는 지위측면에서 볼때 더욱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

KBS 대하사극「장희빈」은 지난 21일 제6회 방송(15세이상 시청가 등급)에서 장옥정(김혜수)이 숙종(전광렬)의 승은을 받기 위해 어깨부위가 훤히 드러난 속치마만 입은 채 목욕하는 장면을 방영했다.

또 옥정이 숙종과 키스하는 장면이 두차례 방송을 탔으며 두번째 키스신은 마지막 장면으로 정지화면 처리되면서 짧지 않은 시간 방영됐다.

앞서 옥정이 궁궐에서 첫번째 밤을 지내는 장면에선 함께 자던 궁녀(곽진영)가 옥정의 저고리속에 손을 집어넣는 '동성애' 분위기를 연출하는 장면도 전파를 탔다.

이러한 장면들은 제작현장을 취재했던 일부 언론에서 방송이전부터 보도하며 선정성 문제를 제기했던 것들이었다.

이에 대해 중견 탤런트 이모씨는 "지금의 사극은 대부분 권력 암투 등 볼거리를 주는데 그칠 뿐 어떤 메시지를 던져주는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다"며 "이런데도 안방극장의 사극이 선정성 논란까지 휩싸이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방송사의 한 PD는 "드라마 전개를 위해선 목욕신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는데 공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KBS가 「장희빈」을 시작하기에 앞서 SBS 드라마「야인시대」의 높은 시청률에 바짝 긴장하고 있었던 대목은 「장희빈」의 선정성 논란에 대한 KBS측 주장의 설득력을 떨어뜨린다.

KBS는 "과거 다른 방송사에서 제작한 작품과 철저하게 차별화하기 위해 그동안 금기시돼왔던 궁중의 생활사를 재연 또는 복원한다는 계획이었고 이 과정에서 일부 목욕장면과 방중술을 포함시킨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장희빈과 숙종의 관계를 '인간적인' 애정관계로 새롭게 조명하겠다는 KBS측의 기획의도를 감안해도 가족이 함께 보는 안방극장에 목욕신과 키스신이 불가결한 요소라는 제작진의 주장은 설득력을 얻기 힘들다.

특히 '장희빈'이 과거 4차례에 걸쳐 방송됐던 단골 인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KBS가 새로운 역사적 소재에 대한 발굴 노력을 소홀히 하고 높은 시청률이 검증된 '장희빈'을 다시 내보내는 '손쉬운' 방법을 택했다는 비판도 피하기 어렵다.

다만 이번 「장희빈」의 선정성 논란과 관련, 일부 언론에서 주인공의 목욕장면 사진을 게재하며 흥미위주로 다룬 데 대한 시청자들의 지적도 적지 않다.(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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