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화성<작가>|친구가 보내 준 따뜻한 장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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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크리스마스」면 모두들 선물을 주고받곤 하는데, 성탄 선물이라 해도 역시 보통 내가 선물을 할 때의 마음가짐으로 점성을 담뿍 보내 개 된다. 선물은 결코 그 값으로 따질 수는 없다. 보내는 이의 따뜻한 마음만이라도 전해지면 되는 것이다. 너무 값비싼 선물은 오히려 받는 이를 부담스럽게 만든다. 적어도 선물을 하는 사람은 상대방에게 어떤 것이 가장 필요한지, 또 어떤 것이 그를 가장 기쁘게 할 수 있는지 하는 마음 씀씀이를 가져야 하지 않을까. 나는 항상 누구에게나 선물을 할 때는 이럼 점에 마음을 많이 쓴다.
나는 이상하게도 장갑을 잘 잃어버리는 습관이 있다. 그것도 꼭 한 짝 만을 어떻게 바쁘게 뛰다 보면 미처 장갑을 준비하지 못한 때가 있다. 몇 년 전 이렇게 한 짝 장갑을 갖고 있던 나에게 한 친구가 따뜻한 장갑을「크리스마스」선물로 보내 왔다. 정말로 나는 그 친구의 따뜻한 마음과 함께 그 겨울을 춥지 않게 보냈고 지금도 그 장갑을 생각하면 훈훈해 진다. 또 나는「크리스마스」를 자식들이 주는 선물로 기억하곤 한다. 어쩌다 미처 기억을 못 할 때도 자식들의 선물은 나를「크리스마스」로 이끌어 준다. 지난해 아들에게서 받은 털목도리로「크리스마스」를 생각했고, 또 그 선물로 아들의 정성과 함께 흐뭇한「크리스마스」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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