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일감몰아주기 규제 지나치면 경쟁력 상실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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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과 관련해 새누리당과 정부가 합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자산 5조원 이상 재벌그룹 계열사 중 오너일가 지분이 상장사 30%, 비상장사 20% 이상인 계열사를 규제하기로 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애초 내놓았던 안(案)에 그간 이견(異見)을 보였던 새누리당이 동의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이 문제가 상당한 논란이 돼 왔던 건 규제의 필요성을 인정한다고 해도 그 목적에 걸맞으냐는 점 때문이었다. 공정위도 밝혔듯이 이 규제의 목적은 오너 일가의 사적(私的)이익 편취를 막는 것이다. 다시 말해 오너 일가가 자신들의 재산 증식을 위해 내부거래를 악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이런 식으로 오너들이 재산을 불리기도 했다. 자신들이 소유하는 계열사를 신설한 후 다른 계열사들과의 내부거래를 통해 자신들의 소유지분 가치를 높이는 방식이었다. 경영권의 편법 상속 통로로 악용했던 그룹도 있었다.

 이 때문에 일감몰아주기의 규제에 대한 공감대는 상당히 형성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규제의 적합성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오너 일가의 사익 편취 방지가 목적이라면 오너 지분율이 대단히 높은 계열사가 규제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게 상식에 부합하는 규제다. 오너가 자신의 지분율이 낮은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줘봐야 재산 증식에 별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규제 대상 계열사의 오너 지분율을 지금보다 더 높이자는 주장은 옳다. 대신 정부는 페널티를 더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수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계열사 간 내부거래에 대한 인식도 근본적으로 시정될 필요가 있다. 오너의 사적 이익 편취라는 문제가 있긴 하지만, 그간 내부거래는 제조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수단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내부거래를 일감몰아주기로 단정하고, 형사처벌과 증여세 부과 등 이중 삼중의 족쇄를 채우는 최근의 움직임은 명백히 지나치다. 자칫 국내 기업의 경쟁력이 상실될 수도 있다.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울 수는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