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럽게 소집 거칠게 진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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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각부장관을 비롯한 정부고위간부들이 모두 국회예결위에 나가있어 요즘 정부의 다른 일들은 뒤로 밀려있는 실정.
25일 각부처의 서류처리만 봐도 대부분의 실무국장들이 국회에 온종일 묶여있어 평소의 절반도 처리가 어렵다는 것.
그래서 정일권 국무총리는 25일 아침 국무회의에서 『행정의 공백이 없도록 꼭 필요한 사람이 아니면 국회에 나가지 말고 일을 처리하라』고 지시해서 앞으로 장·차관 이외에 기획관리실장과 꼭 필요한 국장만이 국회에 나가기로 했다.
국회예결위는 선거법협상의 타결로 「부드럽게」 소집되었으나 회의는 「거칠게」 진행되고 있다. 신민당은 벼르던 안보질의로 공세를 취하고, 공화당은 거기에 「브레이크」를 걸려고 했기 때문.
개회벽두 송원영 의원(신민)이 농어촌전화사업명세로부터 서울시 각 구청의 홍보위원명단제출에 이르기까지 10여 가지의 자료요청을 한 것이 발단되어 공화당의 박준규 의원과 송 의원 사이에 한때 언성이 높았고, 이어 안보논쟁으로 과열된 여야는 산회여부로 옥신각신.
야당의원들의 질문이 끝난 후 안동용 예결위원장이 산회를 선포하려 했으나 신민당이 정부측 답변을 듣자고 요구하고 나서 두 차례나 정회를 했는데 이 통에 장승태(공화) 김상현(신민) 의원사이에 「푸싱」과 삿대질이 오가는가 하면 김상현 의원의 보충질의에 공화당의 김봉환 김유탁 의원이 이의를 달아 이중재 의원과 입씨름을 벌이기도.
『김 후보가 우리(비주류)에게 그럴 수가 있느냐』-. 25일 아침 정일형씨댁을 찾아간 김대중 후보를 만난 정씨와 이철승씨의 불평이다.
전당대회연기를 굽히지 않는 주류와 김대중씨는 비주류설득에 밤낮을 잊고 뛰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선거대책위 구성을 위한 절차와 대응을 연구중이다.
주류쪽의 어떤 중진은 『비주류의 계산은 선거대책위 구성에 있어 유리한 입장을 확보하기 위한 것 일뿐 장소사용문제로 전당대회가 열리기 힘들다는 사정을 그들도 잘 알고있다』고 했는데 대책위구성비가 주류대 비주류, 5대5냐 5대4냐가 관건이라는 얘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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