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문화대상] 현대엘리베이터, 25년간 노사분규 제로 … 구조조정도 안 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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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현대엘리베이터(대표이사 한상호)는 ‘토종 기업’으로 6년째 국내 승강기 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국내에서 새로 설치되는 승강기의 절반(42.1%) 정도는 이 회사 제품이다. 2000년 이후 세계 유명 승강기 업체가 국내로 진출해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도 꾸준히 생산량을 늘려가고 있다. 올해 6월에는 하루 70대 생산 돌파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 회사는 1989년 이후 25년간 노사분규가 없다. 외환위기 때는 노조가 스스로 임금을 동결하고 상여금을 반납했다. 회사는 인력 구조조정을 하지 않고 위기를 넘겼다. 덕분에 84년 설립 이래 ‘무(無)구조조정’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노사 일심동체의 비결은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다. 권순평 노조위원장은 “노사가 서로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채널이 다양하게 마련돼 있다”며 “단순히 협상 테이블에서 만나 얘기하는 수준이 아니라 공동의 목표를 만들어간다”고 말했다. 매년 4월이면 회사 간부와 노조 집행부 등 60여 명이 중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후발국이지만 세계 엘리베이터 시장 1위를 점유하고 있는 중국 업체를 둘러보기 위해서다. 즉석에서 노사 간 워크숍이 벌어진다. “활로를 찾기 위해 너나 할 것 없이 상당히 격렬한 토론을 벌인다”고 한다.

 열린 경영도 소통·참여 문화에 한몫하고 있다. 노조 임원은 매년 ‘경영전략회의’에 참여한다. 회사의 성과와 비전을 공유하기 위해서다. 근로자들은 분기마다 한 차례씩 열리는 노사협의회에서 다양한 안건을 쏟아낸다. 지난해에도 작업복 품질 개선 등 30건의 합의가 이뤄졌다. 젊은 아이디어를 듣기 위해 과장급 이하 직원들이 참여하는 ‘주니어 보드’를 따로 만들었다. “현대엘리베이터만의 멜로디를 만들어 마케팅에 활용하자”는 의견 등이 나왔다.

 회사는 성과를 직원에게 돌려준다는 원칙을 지켜가고 있다.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한 지난해(493억원)에는 158명을 신규 채용했다. 전년 대비 60% 정도 규모를 늘렸다. 또 분규 없이 임금단체협약을 타결한 데 대해 격려금(약 41억원)을 지급하고 성과급 기준도 구체적으로 마련했다. 회사 주식을 취득하거나 증여하는 경우 지원하는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지난 6년간 이 제도에 투입된 지원금은 500억원가량으로 매년 총 인건비의 10% 수준이다. 한상호 대표는 “앞으로도 노사분규, 고용 조정, 산업재해가 없는 ‘3무(無)’의 기업문화가 계속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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