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란한 서독 정계-의원 매수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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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불과 6석의 의석 차이로 정권을 유지하고 있던 서독의 사민-자민 연정을 무너뜨리려는 야당인 기민당 (CDU/CSU)의 끈덕진 공작은 자민당 소속 의원에 대한 매수세까지 몰고와 서독 정계를 술렁대게 하고 있다.
이 소란은 지난 13일 자민당 소속의 「칼·겔트너」 의원이 CSU 측에서 자신에 대해 4년 동안 연봉 10만 마르크 (약 9백만원)로 화학 회사의 고문 직관 함께 앞으로 선거가 있을 경우 CSU 소속으로 의원직을 확보해 두겠다는 제의를 받았다고 폭로하면서부터 시작된 것.
겔트너 의원의 폭로가 있은 뒤 자민당 측에서 『도덕적 타락』이라고 즉각 비난하자 매수를 제의한 장본인으로 지목된 CSU 당수인 전 국방상 요셉·슈트라우스 의원은 『불한당 같은 수법』이라고 반박하며 겔트너 의원이 먼저 CSU에 접근해 왔다고 응수, 점입 가경.
사실 서독 정계에서는 지난 10월 전 자민당 당수인 멘데 의원 등 3명이 이탈하며 몇명 더 이탈할 것이라고 공언하는 등에 나머지 27명의 자민당 의원의 향배에 대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던 참이었다.
겔트너 의원의 경우 지난 10월 자민당에서 떨어져 나간 극우파인 국민 자유 운동 (NLA)의 인사가 경영하는 의사로부터 7월부터 연봉 4만 마르크 (약 3백60만원)의 고문직을 맡아왔기 때문에 주목을 받아왔다.
겔트너 의원도 몇 달 전부터 CSU 측과 교섭을 벌인 사실을 시인, 이는 미리 자민당의 고위층에 통보한 뒤 CSU의 『야비한 행위』에 대한 확증을 잡기 위한 위장 교섭이었다고 주장했다.
자민당 측에서도 이에 대해 겔트너 의원이 자위 행위를 했다고 그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CSU 측에서는 겔트너 의원이 실제로 자민당에서 탈당하려고 마음먹었다가 지난 8일 「헤센」주의 주 의회 선거에서 예상외로 자민당이 높은 득표율을 보이자 배신했을 뿐이라고 맞서고 있다.
한편 오는 22일에 있을 「바이에른」주의 주 의회 선거를 앞두고 터진 이 매수세로 이 주에 강력한 발판을 둔 CSU로서도 궁지에 몰려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마침 바르샤바에서 독-파 국교 정상화 협상을 거의 성공적으로 끝마친 사민-자민련립 정부로서는 이에 덧붙여 유리한 CSU 공격 자료를 얻은 셈. <김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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