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 피터팬 증후군 … 세금혜택 늘려 예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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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매출 3200억원을 기록한 스포츠용품 회사 H사는 연구개발(R&D)에 매출의 7%인 220억원을 투자했다가 25억원의 세금을 추가로 냈다. 회사 규모가 커져서 대기업과 같은 수준인 세액공제율(4%)을 적용받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에서 벗어나면서 1년 만에 공제율이 절반으로 축소된 것을 감안하지 못해 낭패를 본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중소기업을 막 졸업한 중견기업들이 투자를 늘리다 ‘세금 폭탄’을 맞는 일은 없을 전망이다. 정부는 17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중견기업군을 육성하기 위한 ‘중견기업 성장사다리 구축 방안’을 발표했다. 한정화 중기청장은 “현재 중견기업은 중소기업을 졸업하면 정부 지원 77개가 끊기거나 축소되는 반면, 대기업과 같은 규제 20개를 새로 적용받는다”며 “이를 피하기 위해 중소기업들이 성장을 기피하는 ‘피터팬 증후군’을 치유할 목적으로 마련한 대책”이라고 밝혔다.

 우선 정부는 R&D 세액공제 적용 대상을 확대했다. 연 매출 3000억원 미만 기업에만 적용하던 R&D 세액공제율(8%)을 5000억원 미만 기업에까지 적용할 방침이다. 이번 조치로 연 매출 3000억~5000억원 사이에 있는 중견기업 164개 사가 사실상의 감세 혜택을 볼 전망이다. 또 초기 중견기업(연 매출 2000억원 미만) 925개사에 대해선 중소기업 졸업 이후에도 3년간 공공조달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중소기업적합업종 규제도 완화해 중견기업이 대기업과 동일선상에서 규제받지 않도록 할 방침이다. 서비스업에 대해서는 중기적합업종 제도를 탄력적으로 운용 한다. 또 가업상속공제 적용 대상 범위(현행 매출 2000억원 이하)를 3000억원 미만으로 확대 한다.

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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