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 교포 학생들이 쓴 모국애|『나의 조국』을 출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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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난여름 애국을 가르치기 위해 마련한 하기학교에서 우리말 우리 글을 배운 재일 교포 어린이들은 최근『나의 조국』이란 조그만 감상문집을 출판해 보내왔다.
재일 거류민단 동경황천지부 어린이의 글 18편을 수록한 이 책은 처음 느끼는 조국애와 이국에서의 쓰라림이 어린 마음에도 사무치게 맺혀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이 하기학교에는7, 8월에 걸쳐 15일씩 신나천현 해변에서 개최, 국민학생 51명, 중학생 12명이 참가했다.
일모리중학 2년의 현창웅군은 그 하기학교의 소득을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조국! 나는 조국을 모른다. 아니, 한번 사진 속에서 봤을 뿐이다. 푸른 하늘에 샛하얀 빌딩-. 사진은 그 이상 아무 것도 가르쳐 주지 않았다. 조국! 그것은 어디 있으며 사회·역사는 어떠할까. 그것을 아는데 하기학교는 참 좋았다….』
또 제사중학 1년 송두훈군도 "나는 지금 일본이라는 남의 나라에서 살고 있다. 어째서 내 조국에서 못살고 타국에서 사는 것인지 모르겠다. 다만, 조국이 대한민국임을 알고 있을 뿐이다."
한국학교 5년의 정대호군의 글은 더욱 절실한 요청을 하고있다. "아보지, 오모니, 안뇽 하시무니까-우리들은 한국의 어린이인데도 이국 땅에서 태어나 제나라 말을 모르고 자란다.
하지만 이번 하기학교에서 우리말·우리 글과 우리들의 역사를 배워 우리한국민족도 훌륭한 민족이라는 긍지를 갖게됐다.
…교장선생님! 내년에도 이같이 즐거운 자리를 베풀어주기 바랍니다."
재일 교포 어린이들이 조국을 사무치게 느끼는 이유는 위축된 감정 때문이다. 입구중학 3년 조철군은 가슴을 펴고 걷고 싶다는 소망을 토로한다. "일본에 살고있고 늘 일본어로 대화한다. 그러면서 어딘지 이상하고 또 불안한 느낌이 있다. …한국사람으로서 긍지를 갖고 싶다. 가슴을 펴고 활개쳐 걷고 싶다."
편집자는 이러한 생각들이 교포 2세, 3세들의 공통된 것이라고 후기에서 덧붙여 매듭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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