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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어린이 돕기 훈제오리 1만마리 기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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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할 수만 있다면 우리 공장에서 만든 훈제오리를 싣고 북한으로 바로 달려가 직접 나눠주고 싶습니다."

25일 훈제오리 1만마리(1억8천5백만원 상당)를 전달하기 위해 서울 장충동 한민족복지재단 사무실을 방문한 ㈜화인코리아 나원주(羅元柱.57)사장.

최근 북한 어린이들의 참상에 관한 보도를 접한 그는 훈제오리를 이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북한 핵문제로 국내외 정세가 어수선하지만 어린이들이 정치적인 영향으로 고통을 받아서는 안됩니다. 지난해 광우병 파동을 일으켰던 유럽산 쇠고기가 북한에 반입된다는 소식을 듣고 가슴이 아팠는데 건강식품을 전달할 수 있게 돼 기쁩니다."

羅사장이 전달한 훈제오리는 북녘 어린이 10만여명의 한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양이다.

그는 "오리는 영양이 풍부해 북한에서도 최근 사육을 많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특히 오리는 육류 중 칼슘 함량이 가장 풍부해 성장기 어린이들의 영양섭취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羅사장이 오리와 인연을 맺은 것은 1965년. 당시에는 오리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지만 단지 오리가 질병에 강하다는 말을 듣고 오리사업에 뛰어들었다. 오리 요리에 대한 수요가 많아질 것을 기대한 것이다.

하지만 뜻밖의 어려움이 찾아왔다. 71년 자신이 사육하던 오리 가운데 절반 가량이 음식찌꺼기를 잘못 먹고 폐사한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에 굴하지 않고 외길을 고집했다. 그 결과 지금은 종업원 4백명과 함께 하루 6만마리 훈제오리를 생산하는 최신식 대형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羅사장은 요즘 북한 어린이들을 돕기 위해 '1계좌 1만원'운동을 벌이며 한국오리협회 회원들의 참여를 적극 권유하고 있다.

그는 "자신은 굶더라도 아이들이 배불리 먹을 수 있도록 해주고 싶은 것이 부모 마음 아니냐"면서 "북한 어린이들을 지속적으로 도울 수 있는 방안을 다양하게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북한 어린이 돕기 2003' 운동본부(02-2275-9814).

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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