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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산타 클로즈', '스파이'에 압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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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한산했던 가을 시즌을 마감하고 영화사들이 블록버스터 신작들을 다시 내놓기 시작한 11월 1일부터 3일까지의 이번 주말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다소 이른 감이 있는 크리스마스 소재의 가족용 코믹 환타지물 '산타 클로즈 2(The Santa Clause 2)'가 3,350개 극장으로부터 2,901만불의 엄청난 흥행수입을 기록하며 1위로 개봉하였다. 개봉전까지만 해도 '산타 클로즈 2'는 이번 주말 같이 개봉한 에디 머피-오웬 윌슨 주연의 코믹 액션물 '아이 스파이(I, Spy)'와 박빙의 흥행승부를 펼칠 것으로 예측되었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산타...'의 압승이었다. 3,182개 극장에서 선보인 '아이 스파이'는 '산타...'의 절반에도 훨씬 못미치는 1,275만불의 수입에 머무르며 3위에 랭크되어 다소 실망스러운 데뷔전을 치렀다.

평론가들의 호평과 관객들의 훌륭한 입소문으로 인해 롱런 조짐을 보이고 있는 미국판 '링(The Ring)'은 지난 주말에 이어 이번 주말에도 상영관 수가 150여개 늘어난 2,808개 극장에서 상영되면서 1,812만불의 수입을 벌어들여 지난 주말에 이어 2위 자리를 고수하였다. 이 영화가 지금까지 개봉후 17일간 벌어들인 총수입은 6,454만불로, 이같은 흥행세라면 1억불 돌파도 가능하리라는 것이 현지 흥행분석가들의 예상이다.

지난 주말 1위로 개봉했던 엽기 코믹 스턴트물 '잭 애스: 더 무비(jackass: the movie)'는 1,273만불의 수입을 기록해 4위로 내려앉았고, 역시 지난 주말 개봉작인 다크 캐슬 엔터테인먼트의 특수효과 호러물 '고스트 쉽(Ghost Ship)'이 665만불의 수입으로 5위에 랭크되었다.

이어서, 역대 인디 영화들중 최고의 흥행기록을 갱신중인 '마이 빅 팻 그리크 웨딩(My Big Fat Greek Wedding)'과 예상 밖의 빅히트를 기록중인 리즈 위더스푼 주연의 '스위트 알라바마(Sweet home Alabama)'는 각각 562만불과 460만불의 수입을 벌어들여 6위와 7위에 기록되었다.

이번 주말 당당히 1위로 개봉한 '산타 클로즈 2(The Santa Clause 2)'는 1994년 추수감사절 시즌에 개봉되어 북미에서만 1억 4,479만불을 벌어들이는 깜짝히트를 기록했던 전편에 이어 정상급 TV 코믹스타 팀 알렌과 디즈니가 8년만에 선사하는 가족용 코믹 환타지 드라마이다. 연출은 TV 출신의 마이클 렘벡이 담당했는데, 이번이 그의 극영화 데뷔작이다.

전편에서 이혼남 스캇 캘빈이 산타 클로즈가 된 후, 8년의 시간이 흘렀다. 크리스마스 선물용 인형을 만드는 북극 요정마을을 잘 이끌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온 스캇에게 갑작기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전해진다. 바로 인간세계에서 여동생 가족이 돌봐주고 있는 자신의 아들 찰리가 '올해 최고의 말썽장이들' 리스트에 올랐고, 더군다나 불과 한 달 후인 크리스마스 이브까지 자신이 새로운 아내를 맞이하지 못한다면 이제 영원히 산타 클로즈 역할을 그만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벌써부터 산타 이전의 자신 모습으로 재변신이 시작된 스캇은 우선 찰리를 돌보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가는데, 그곳에서 찰리 학교의 여교장 선생님에게서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한편, 산타가 자리를 비웠음을 알리지 않기 위해 스캇이 떠나기 전 북극마을에 두고온 자신의 복제인형 '산타 II'는 시간이 갈수록 포악해 지고, 대형 병정인형들을 앞세워 모든 크리스마스 선물을 인형에서 석탄으로 바꾸어버릴 음모를 꾸민다. 스캇은 크리스마스이브 이전에 이 모든 문제들을 해결하고 산타 클로즈로서의 가족과 북극마을, 나아가서는 크리스마스를 구할 수 있을 것인가?

이 영화에 대한 평론가들의 반응은 호평과 혹평으로 나뉘어졌다. 우선 이 영화에 대하여 우호적인 반응을 나타낸 평론가들로서, 보스톤 글로브의 웨슬리 모리스는 "성실한 매력을 지닌 팀 알렌은 혼자힘으로 이 영화를 가족풍 영화의 단조로움으로부터 구원하였다."고 평했고, 시카고 선타임즈의 로저 에버트는 "나는 1편보다도 더욱 매력적이고 자신감이 있으며, 재미있는 이 작품을 1편보다 좋아한다."고 칭찬하였으며, CNN의 폴 클린턴은 "6세부터 60세까지의 모든 가족들이 즐길 수 있도록 달콤하고 매끈하게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치켜세웠다. 반면, 이 영화에 거부감을 나타낸 평론가들로서, 뉴욕 타임즈의 A.O. 스캇은 "뻔뻔할 정도로 소비자 취향에 맞춘 이 영화는 관객들이 불쾌감을 느끼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하였지만, 완벽한 일회용품에 불과하다."고 평했으며, 워싱턴 포스트의 디슨 호우는 영화속의 크리스마스 선물용 석탄을 떠올리면서 "크리스마스 선물용 스타킹 속에 넣은 석탄보다도 매력이 덜한 영화."라고 혹평을 가했고, USA 투데이의 클라우디아 퓨즈는 "만일 당신이 돈과 시간을 가치있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이 진부하고 예측가능한 재탕의 관람을 피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번 주말 3위로 개봉한 '아이 스파이(I Spy)'는 60년대에 방영되었던 동명의 인기 TV 드라마를 새로운 감각으로 스크린으로 옮긴 코믹 액션물이다. 당시 드라마의 주인공이었던 빌 코스비와 로버트 컬프를 대신하여 이번 영화에서 코믹 액션을 선사할 흑백 콤비로는 '비버리 힐즈 캅' 등의 슈퍼스타 에디 머피와 '샹하이 눈', '에너미 라인즈' 등의 떠오르는 샛별 오웬 윌슨이 호흡을 맞추었다.

최첨단의 스텔스기인 스윗치블레이드가 미국정부로부터 도난당하고, 부시 대통령은 미국정부가 자랑하는 초특급 스파이중 한명인 알렉스 스캇(오웬 윌슨)에게 이 임무를 맡긴다. 하지만 알렉스가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일이 있었으니 이 비밀임무 수행을 위해 민간인인 세계 복싱 챔피온 켈리 로빈슨(에디 머피)과 함께 팀을 이루어야 한다는 점이다! 바로 이번 음모의 배경인 세계최대규모의 불법무기상 아놀드 건다스가 복싱 팬이기 때문. 이제 이들은 스윗치블레이드를 둘러싼 건다스의 음모를 분쇄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데...

머피와 윌슨 외에, 극중에서 윌슨이 구애를 펼치는 동료역으로 팜케 얀슨이 출연하고 있으며, 연출은 '닥터 두리틀'로 머피와 팀웍을 이룬 바 있는 배우출신 여성감독 베티 토마스가 담당했다.

이 영화에 대한 평론가들은 최악의 혹평 일색이었다. USA 투데이의 마이크 클라크는 "지금까지의 모든 TV 원작 영화들중에서 가장 나태한 작품."이라고 결론내렸고, 시카고 선타임즈의 로저 에버트는 "뻔한 코미디 씬이 이어지는 얼빠진 구성을 지닌 이 리메이크물은 윌슨과 머피가 만일 다른 야심작에 출연했으면 얼마나 재미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떠오르게 만든다."며 고개를 저었으며, 롤링 스톤의 피터 트래버스는 "이 영화는 나태하고, 느리며, 깊이가 없고, 멍청하고, 아마츄어적이고, 재미없고, 서스펜스 없고, 센스도 없고, 말할 수 없이 지루하며, 위트감각이라고는 없이 쓰여지고 연출, 연기된 영화."라고 갖은 형용사를 동원하여 혹평을 퍼부었다.

기타 이번 주말 10위권에 든 나머지 작품으로서,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아담 샌들러 주연의 '펀치 드렁크 러브(Punch-Drunk Love)'가 400만불의 수입으로 8위에 랭크되었고, 한니발 렉터 시리즈 3탄 '레드 드래곤(Red Dragon)'이 273만불의 수입으로 9위, 마지막으로 힙합골목에서 자라난 두 흑인 남녀의 우정과 사랑을 그린 로맨스물 '브라운 슈가(Brown Sugar)'가 167만불의 수입으로 10위에 턱걸이하였다.

장재일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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