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넉 달째 동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3면

김중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2일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금통위원 전원이 동결에 찬성했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0.25%포인트 인하된 지난 5월 이후 넉 달째 연 2.5%로 유지됐다.

 금리 동결의 배경은 두 가지로 분석된다. 우선 한국과 세계 경제의 상황에 별 변화가 없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금통위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경기 상황에 대해) 지난번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 경제가 느리지만 서서히 회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총재는 “성장의 반 이상을 기여하는 수출 여건이 과거에 비해 결코 불리하다고 볼 수 없고 소비와 투자 등 내수도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며 “4분기에 재정지출이 감소해도 성장이 급락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세계경제에 대해서도 미국과 일본·유럽 경제가 완만하게 회복되고 있지만 한국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라고 평가했다. 인도와 인도네시아·브라질 같은 신흥국이 겪고 있는 금융불안도 한국에는 오히려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는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금리를 바꿀 이유가 없는 셈이다.

 둘째는 임박한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를 지켜볼 필요성이다. 양적완화는 기정사실이 돼 있지만 시기와 규모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지도 미지수다. 김 총재는 “오래전부터 양적완화 축소는 시간문제라고 판단했고 그런 방향으로 갈 것 같다”면서도 “규모나 이에 따른 환율효과를 얘기하기 어렵고 시장이 매우 예민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양적완화 축소가 세계경제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지켜본 후 행동에 나서겠다는 얘기다. 김 총재는 신흥국들과 달리 강세를 보이는 원화가치에 대해서도 문제가 없다는 시각을 보였다. 그는 “한국은 18개월 연속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했고, 한국만큼 일관되게 흑자를 보인 나라는 주변에 없다”며 환율이 시장 상황과 달리 저평가돼 있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나현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