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3)사학 운영에 용단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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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사립 중·고등학교 교장들이 사학의 재정난을 들어 국고보조를 요구하고 나섰다.
현행법상 사립학교의 유지·경영은 학교법인(재단)이 책임지게 되어 있으니 사학의 요구가 무리한 것이고 정부 당국에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러나, 현실은 이 문제가 단순히 사학의 운영에만 좌우되지 않고 우리 나라 중등교육의 성패를 좌우할 이만큼 심각하다는 데에 있다. 우리 나라 사학의 비중은 크다. 사립 중·고등학교의 학생 수는 전체의 51%를 차지하여 국·공립 학생 수를 능가하고 있다. 외국의 사학 비중은 영국이 25%이며 프랑스가 24.7%, 미국이 10.8%, 서독 12%, 일본 16%로 우리의 절반밖에 안 된다. 우리 나라 사학의 대부분은 학교 법인에 의한 운영보다 학생들의 납입금에 의해 운영되어 왔다.
특히 중학교 무시험 제도가 생기면서부터 학생들을 공·사립 구별 없이 추첨 배정한 소위 평준화 작업이 강행되면서 사학은 한층 궁지에 몰리게 되었다.
납입금의 공·사립 차이가 없어진 데다가 시설 보완 등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이 닥쳐온 때문이다. 결국 사학이 요구한 국고보조는 무리가 아니다. 국·공립학교 학생만이 국고의 혜택을 입고 사립학교 생들에게는 혜택이 없어야 한다는 것은 교육 평준화 이념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사학의 비중이 큰 우리 나라에서 사학의 재정난을 좌시 한다면 중등 교육의 반 조각이 무너지는 중대한 결과가 온다. 정부는 86만명 사립학교 학생들에게 균등한 교육을 받게 하기 위해 용단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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