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여론전 급해진 오바마 … 하루 6차례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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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9일 오후(현지시간) 방송 6개사와 연쇄 인터뷰를 한다. 지상파와 뉴스전문채널인 CBS·ABC·NBC· CNN·PBS·폭스뉴스 등의 간판 앵커들과 만나 자신의 소신을 털어놓을 예정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인터뷰에 나선 것은 시리아에 대한 군사공격 결정권을 의회에 넘긴 뒤 직접 대국민 홍보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 현 상황은 심상치 않다. 시간이 지나면서 의회 내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야당인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하원의 경우 반대를 선언한 의원 수가 점점 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일요일인 8일 데니스 맥도너 백악관 비서실장은 방송 인터뷰에서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화학무기 공격의 배후라는 구체적인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다만 맥도너 실장은 “시리아 정부가 화학무기 사용에 책임이 있다는 건 상식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방송사들과 연쇄 인터뷰 일정을 잡자 미국 내에선 오바마의 지나친 ‘방송 편식 현상’도 구설에 오르고 있다. 온라인 매체인 허핑턴포스트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신문들과의 인터뷰에 인색하다. 워싱턴포스트(WP)와 월스트리트저널의 경우 4년 전 취임 직후 인터뷰를 한 게 마지막이다. 보스턴글로브와 LA타임스는 아직 한 번도 인터뷰를 해본 적이 없다.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시카고의 유력 일간지 시카고트리뷴과 시카고선타임스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오바마 대통령에 우호적인 뉴욕타임스가 2010년에 이어 지난 7월 두 번째 인터뷰를 성사시킨 정도다.

 반면 WP의 집계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의 미디어 인터뷰 횟수는 전임자인 조지 W 부시 대통령이나 빌 클린턴 대통령의 배에 달한다. 대부분이 TV와 라디오에 집중돼 있다. 방송의 경우 뉴멕시코주의 라디오 채널인 KOB-FM은 물론이고, 스페인어 방송인 유니비전·텔레문도까지 인터뷰를 했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신문과 방송을 차별하는 건 아니다”라며 “인터뷰를 결정하는 기준은 대통령의 일정이 허락하느냐 여부”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백악관 공보팀 관계자는 방송 인터뷰가 잦은 데 대해 대통령의 말이 편집되지 않고 직접 전달될 수 있는 데다 스페인어 방송의 경우 이민정책 등 특정 정책 홍보에 유리하다는 점을 고려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소수자 대표 출신인 대통령으로서 인터뷰가 하나의 전략이라는 의미다. 전임 대통령들과 달리 2700만 명의 팔로어를 지닌 트위터를 비롯해 페이스북·블로그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유난히 애용하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했다.  

워싱턴=박승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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