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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어붙이기식' 서울시 경전철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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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손국희
사회부문 기자

“일부 언론에서 자연재해와 환경평가 등 필수 절차이행을 누락한 것처럼 보도했고 이후 대책을 내놨다는 건 사실과 다르다.”

 서울시가 8일 경전철 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서와 사전재해영향성검토서 작성을 다음 달 안으로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연재해·환경영향성 부문에 대한 사전 검토를 빼놓고 성급하게 경전철 재추진을 발표했다는 본지 보도에 반박했다.

<8월 14일자 15면>

 서울시의 주장은 자연재해·환경평가를 빼놓은 것이 아니라 재추진 발표 이후 실시할 예정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의 본질은 자연재해와 환경 문제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완료되지 않은 시점에서 성급하게 경전철 추진이 발표됐다는 점이다.

 자연재해 및 환경평가는 결과에 따라 경전철 노선 계획을 바꿔야 할 정도로 중요한 문제다. 노선 지역의 시민들은 벌써부터 환영 플래카드를 걸어놓는 등 잔뜩 기대에 부풀어 있다. 경전철 재추진을 발표한 이후 사업이 뒤집히기라도 하면 큰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성급하게 재추진을 발표하기 이전에 경제적 타당성은 물론 자연재해·환경·안전 분야의 문제가 없는지도 확실히 검증해 시민들을 설득했어야 했다. 재추진 발표 이후 서울시가 8월 공개한 새 용역보고서를 보면 경제·재무적 타당성 항목은 철저히 분석돼 있다. 하지만 자연재해·환경안전 평가 항목엔 ‘추후 수행 예정’이라고만 적혀 있다.

 서울시가 올해 발표한 용역보고서보다 5년 먼저 발표된 2008년 용역보고서를 보자. 보고서엔 지반 침하, 소음 문제, 홍수로 인한 침수 피해 등 노선 주변 지역의 예상되는 문제가 줄줄이 열거돼 있다. 게다가 서울시는 이번에 경전철을 재추진하면서 2008년보다 위례신사선·위례선·난곡선 등 3개 노선을 추가했다. 이들 새 노선에 대한 검토가 미리 이뤄져야 했던 상황이었다.

 박원순 시장은 과거 시민단체에서 활동할 때 ‘밀어붙이기식 토목공사’를 반대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시장 시절 자연재해·안전사고에 대한 철저한 대비를 수차례 강조하기도 했다. 박 시장은 지난 7월 긴급재난 상황을 트위터로 알려주는 ‘트위터라이프라인’ 계획을 발표하면서 “재해 등에 있어 시민안전을 위한 대비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경전철 계획에선 시민안전·환경 문제에 대한 박 시장의 의지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셈이 됐다.

 경전철 사업은 8조원이 투입되는 대형 건설 사업이다. 이런 사업을 추진하면서 사전에 경제적 타당성은 물론 자연재해·환경·안전 분야에 문제가 없는지를 확실히 검토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 아닐까.

손국희 사회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