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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직자의 「실의」노려 해외로 나갈 수 있다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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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미군감축과 더불어 기지촌에 한국인 종업원감원 바람이 불더니 이제는 취직 사기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10년 동안을 직장으로 삼아오던 미군부대서 갑자기 감원을 당한 사람게게는 알맞는 직업이라고 별로 생각나는 것이 없게 마련이다. 외국인 상대가 생리에 젖었기 때문인지 그들에게는 해외로 직장을 구해보려는 생각이 앞서는 모양이다.
이들은 노동청이나 해외개발공사에서 공식적으로 모집하고 있는 각종 기술직에 구미를 돋우고있다.「캐나다」「괌」두 서독 정부· 월남기술자 등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이 그들의 당면한 큰 소망이다.
그러나 모집인원은 적고 시험이 까다로와 5, 6백명씩 몰려들어 운전직, 자동차 운전직, 목공· 미장이· 벅돌쌓는 기술직 등 실기시험에서 대부분이 낙방의 고배를 마시고 있는 실정이다.
KSC노무자 생활 15년을 했다는 경기도 포천군 청산면 백의리 노모씨(36)는 지난 4월 「괌」미장이 기술직 시험에 응시했으나 벽돌 쌓기 실기시험에서 떨어지고 말았다고 실의에 차 있었다.
이런 기미를 재빨리 알아차린 해외파견 사기꾼이 때를 놓칠세라 기지촌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월남이다,「괌」이다, 실직자들의 구미가 당기는 해외 어디든지 보낼 수 있다는 솔깃한 말로 그들이 탄 30만원 내지 50만원의 퇴직금을 노리고있다.
사기꾼들 중에는 한국인들 뿐 아니라 외국인도 있다. 지난 3월초순 거창한 해외인력수출 회사 간판을 내건 한 외국인이 기지촌 일원에 안내서를 돌려 월남기술자 30명을 모집, 보증금조로 10만원에서 30만원까지 받고는 서울 모여관에 1개월 이상이나 집단수용해 두고 도망쳐 버린 사건도 일어났다.
해외개발공사 모간부는 이같은 사기꾼들이 응시장소 및 원서접수처에 수 없이 도사리고 앉아 노동청과 해외개발공사 또는 특수 중간부 아무개가 자기 친척이라고 속여 외국에 책임지고 보내준다고 돈을 뜯는, 사기꾼들이 있으니 주의하라는 부탁하기도 했다.
이들 중에는 한번에 10여명씩이나 의젓하계 모집, 그럴싸하게 속여 합격자 발표직전에 행방을 감춰버리는 자들도 있어 요즘 기지촌에는 웃지 못할 일들이 득실거리고있다.
이와 같은 국내 사정에 반비례하여. 월남 등지에서의 한국인에 대한 인력수요실적은 다르다.
월남에서 3년간 이나 인력 수출국가들의 기술자와 노무자들의 관리를 담당했었다는 미국인「텀슨」씨의 말을 들어 본다.『월남정부나 미국 민간인상사에서는 어느 나라 젊은이 보다 한국인들이 매우 부지런하고 착실해서 얼마든지 한국인들을 요구하고 있읍니다』 라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 그러나 한국인들의 경우는 고용기일이 끝나면 귀국해아 한다는 규약 때문에 계속 근무를 못하는 아쉬움이 있으나 하는 수 없이 되돌아서야 하며 그래서 외국인 상사들은 한국인을 무수히 요구하면서도 고용하지 못한다는 안타까움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점을 노려「필리핀」등지 에서는 무직자 등을 덮어놓고 월남에 보내 현지서 직장을 구하도록 알선해 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곳 외국인 상사에서는 또다시 우리나라 노동자를 요청하려면 3개월이라는 기나긴 시간(전형기간 및 여권수속기일)이 소비되는 공간을 메우기위해 할 수 없이 현지에서 「필리핀」인을 고용하게 된다는 실정이다.
그래서 3,4년 전에는 우리나라 종업원들이 60%이상을 차지하고 있었으나 최근에는 「필리핀」사람들이 오히려 60%를 차지하고 있다는 역현상이라고…. <정금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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