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양적완화 축소 때 신흥국과 정책 공조 강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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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20개국(G20) 정상들이 6일(현지시간) 미국 등 선진국들이 ‘양적완화 축소’를 통한 출구전략을 시행할 때 정책적으로 공조하기로 합의했다. 양적완화는 중앙은행이 시중에 유동성을 직접 공급해 경기를 부양시키는 정책인데, 선진국이 이런 정책을 반대로 써서(축소해서) 신흥국에서 자금이 급속도로 빠져나가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지는 걸 줄이기 위해서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이날 폐막된 G20 정상 선언문에는 이 같은 취지의 ‘국제금융시장의 위기대응체제 강화(Stronger Safety Net)’ 란 문구가 포함됐다. ‘선진국 통화정책 정상화(양적완화 축소)는 경기회복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데는 공감하지만, 통화정책 변화가 신중히 조정(carefully calibrated)되고 명확히 소통(clearly communicated)돼야 한다’고 약속한 것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선 양적완화를 축소하려는 미국 등 선진국과 이에 반발하는 중국·인도 등의 입장이 갈려 있었다. 선진국의 출구전략이 신흥국 금융시장을 흔들어 세계경제의 불안으로 이어진다는 게 신흥국의 주장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5일 G20 정상회의 첫 세션에서 “세계경제가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상황에서 선진국의 출구전략 논의 등으로 신흥국 경제가 어려워지면 선진국 경제도 함께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면서 사실상 신흥국 쪽에 서서 ‘조정자’ 역할을 맡았다.

 이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한발 물러서며 선진국과 신흥국의 공조를 강화하는 내용의 선언문이 채택될 수 있었다. 선진국이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위한 통화정책을 펼칠 때 신흥국들이 제동을 걸 수 있는 최소한의 근거가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선언문에는 이와 함께 금융위기 때 대응 능력을 높이기 위해 지역금융안전망(RFAs)의 역할을 강화하고, 중기 재정건전성 강화와 일자리 창출 및 기후변화 대응 등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정책 공조를 유지하며, 개발도상국에 대한 개발지원과 무역 확대로 세계경제의 동반 번영을 촉진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G20 정상들은 또한 역외 조세 회피를 근절하기 위해 늦어도 2015년 말부터 세금 관련 기록을 공유하기로 했다. 선언문은 “새로운 글로벌 스탠더드로서 자동적인 정보의 교환을 약속한다”고 명시했다. 이번 합의는 끝까지 부정적이던 중국이 회담 불과 며칠 전 동의함으로써 성사됐다 .

 박 대통령은 앞서 제2세션의 선도발언(lead speech)에서 “높은 실업률과 불균형 성장의 문제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부각됐지만 사실은 위기 이전부터 잠재돼 있었고, 세계 경제가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지금도 지속되고 있는 문제”라며 ‘창조경제’와 ‘원칙이 바로 선 시장경제’를 높은 실업률과 불균형 성장의 해결 방안으로 제시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신용호 기자

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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