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국 의식에 갈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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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해외교포문제연구소(소장 김상현)는 지난 7월27일∼8월16일 7백20명의 재일 교포 하계학교 참가 고-대학생을 대상으로 그들의 문제점을 조사했다. 성명 문제, 영주문제, 본국 초청문제 등에 대해 조사를 실시한 동 연구소는 5백27명의 응답을 토대로 일본사회에서의 그들이 당면한 문제점을 파헤쳤다. 이 조사에 의하면 해방 25년이 지난 오늘, 재일 교포들은 일본식 이름을 사용하고 자라나는 그들의 2세와 3세에게 한국의 언어와 역사관 내지 전통은 제삼국으로밖에 간주되지 않고 있음이 지적되었다. 이 같은 실정의 교포들에게 민족의식의 결여를 탓하고 그들의 현실과 장래를 본 국민과 동일시하려 할 때 거기서 생기는 이중성과 차이점은 더욱 그 거리를 벌려만 놓을 것이다.
성명 문제에서 29%의 학생이 일본식을 버리고 한국 명을 사용해야한다고 대답했다. 그들은『일본식 이름과 일본어를 쓴다고 해서 완전한 일본인 대우를 받는 것도 아닌 바에야 한국인 행세를 하겠다』는 것이다. 특히『이번 모국 방문을 통해서 이런 생각이 더욱 굳어졌다』는 것은 본국 정부의 교육행정에서 지나치게 소외된 그들의 문제점을 단적으로 말하고있다.
37.2%는 일본식 성명을 그대로 쓸 수밖에 없다는 대답이다. 일본인의 심한 차별대우 때문에『생활을 해나가기 위해서는 할 수 없다』는 것. 33.4%의 학생이 장차 연구할 문제라는 것.
그들은『모처럼의 모국방문에서도 느꼈지만 외국인 아닌 외국인 대우를 받고 한국인도 아닌걸』애써 한국인으로 행세하여 받는 보장이 의심된다는 것이다. 결국 71%의 학생이 한국식 성명을 쓰기를 주저한다.
영주 문제에서 65·1%의 학생이 한국인으로 일본에 영주하겠다고 한다.『한국을 아직 잘 모르고 일본 문화 속에 자란 사람이 후진 한국에서 영주할 수 없다』는 것. 심지어『일본은 나의 나라고 한국은 제2의 나라다』라고 대답할 만큼 그들의 눈에 비친 한국은 생소하다. 그래서 그들은 방황한다. 차라리 모국을 방문하기 전에만 해도 그들은 한국인이란 걸 전혀 몰라서 갈등은 없었다고 실토하기도 한다. 교포 교육의 문제점은 여기서도 드러난다.
장차 일본인으로 귀화하겠다는 4·9%의 학생은 일본사회의 한국인에 대한 편견을 주체할 수가 없다고 실토했다. 그래서 한국인의 긍지를 갖고 일본에서 영주할 수도 없고 귀화하는 것은 양심이 허락하지 않아 22. 8%가 조국으로 귀국하겠다고 벼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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