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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중과 백종|이서구<작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음력으로 7월 15일을 백중 또는 백종이라고 한다.
어쨋든 이날이 되면 집집이 명절기분이 부풀어, 아낙네는 절을 찾아가고 농촌에서는 농부님네가 농악을 울리며 흥청거린다. 그래서 절로 가는 아낙네들에게는 백중이요, 농부님네에게는 백종이 된다는 것이다. 절에서는 4월 16일부터 금족(금족)·무언(무언)의 안거(안거)의 도를 닦던 스님들이 이날 비로소 해제가 되고 그 동안 깨달은 바를 중생들에게 고백을 한다해서 백중이라고 한다지만 또 한가지는 「우란분회」가 이날 열리기 때문에 사찰은 한창 붐빈다. 부모·처자의 망령을 제도하는 뜻으로 공양을 하려는 것이니, 하필이면 이날을 택 한데는 이런 까닭이 있다. 부처님의 16제자중의 하나인 목련존자의 죽은 어머니는 불행하게도 지옥에 떨어져 아귀(아귀)가 되니 그는 영구히 배불리 먹지를 못하고 항상 주린 창자를 움켜쥐고 울어야만했다. 이것을 안 목련은 부처님께 청을 들여 7월 15일에 오미 백과며 가지가지의 음식을 차려 10만 대덕에게 공양을 함으로써 어머님을 아귀의 지옥에서 구출하기를 얻었다는 것이다.
이런 내력을 본받아 불교신자들은 모두들 절로 가서 망인들의 안령을 위하여 등을 밝히고 경을 염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물론 불교신자들이 하는 일이지만 또 한가지 백종 놀이는 농촌전체가 싱글벙글이니 그 뜻도 크다고 본다.
7월 중순쯤 되면 사야에 우거진 곡식들이 한창 여물어가고, 호미를 잡고 땀흘려 김매던 농부님네는 여기서 한숨 돌리는 때이다.
그래서 호미는 씻어 두고 전답에는 들어가지를 않으니 흙에 파묻혀 지내던 발뒤꿈치가 제법 하얘진다 해서 백종이라는 것이다.
어쨌든 7월은 오곡 백과가 한창 무르익는 계절. 땀흘려 가꾸던 손길을 놓고, 마냥 대견스럽게 바라다보는 한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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