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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여성과 교포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4년만에 일시 귀국한 이영자 여사에게 들어본다> 태국에는 현재 3백여명의 우리교포가 모두 안정된 생활을 누리며 살고 있다. 그 동안 그곳 교민회에서 활약한 공로로 8·15경축식에서 정부표창을 받기 위해 4년만에 귀국한 이영자 여사(교민회 청소년부 회장)를 만나 태국여성들과 우리 교포들의 생활얘기를 들어본다.
대부분이 무역업에 종사하는 우리교포들은 숫자는 적지만 상당히 안정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이 여사는 전한다. 경음악 작곡가 강철구씨는 그야말로 인기절정이고, 「바리톤」왕인찬씨도 존경받는 음악가의 자리를 굳히고 있으며, 왕족과 결혼한 박명복 여사는 사교계를 주름잡고 있다. 태권도 도장을 열고 있는 몇몇 교관들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서울대 음대를 졸업하고 시향「첼리스트」로 활약하다가 지금 태국에서 1급에 속하는 기업체인 「촉차일」건설회사 「매니저」로 있는 부군 채형석씨와 함께 태국에 건너간 이 여사는 「방콕」의 「프로·뮤지커」현악합주단 「멤버」로 있으면서 「텔리비젼」에도 자주 출연하고 있다.
그곳 교민회 부인들은 지금까지 외교관 부인들과 일반 교포들이 따로 갖고있던 모임을 금년 들어 통합하고 자선 「바자」, 장학기금 마련 등 활발한 활동을 펴고 있다. 6·25 20주년을 맞아 한국전에 참전했던 「타일랜드」상이용사의 자녀들을 돕기 위해 마련된 장학회는 첫 장학생으로 「출라론콩」사대에 다니는 여학생을 뽑아 장학금을 전달했다.
교민회 활동 중에서 가장 손꼽을만한 것은 10년 전에 설립한 「한글학교」. 청소년부 회장인 이영자씨가 교장으로 있는 이 학교는 매주 금요일 하오 3시 30분∼6시 사이에 모국에 관한 공부를 60여명의 2세들에게 시키고 있다.
모국에 관한 수업시간 2시간 0분 중 30분간은 태권도를 가르치고 있는데 여학생들에게까지 인기있는 과목이다. 「한글학교」는 이 여사의 내한기간 중 서울대 사대부국과 자매결연하게 된다.
교포 자녀들은 대개 미국인학교에 다니고 있으며 이 여사의 딸 수경양 (12) 과 아들 수열군 (10) 도 미국인학교 「루암·누디」에 재학 중, 영어와 태국어를 똑같이 잘해 부모들의 통역까지 맡아하고 있다.
태국은 의무교육 4년을 얼마 전 6년으로 고쳤으며 11학년까지는 진학을 원하기만 하면 자연스럽게 올라간다. 따라서 어머니들은 상당한 교육열을 가지고 있으나 지나친 극성을 부릴 필요가 없는 실정이다.
국립대학 「츌라론콩」은 대단한 명문으로 여기 떨어진 학생들만이 미국, 호주, 구라파 등으로 유학 갈 정도. 우리교포 자녀들 중 2명 이 대학의 치열한 입시를 뚫고 합격되었을 땐 교포들 모두가 기뻐했었다고 한다.
유산상속, 교육의 기회, 사회적 지위 등에서 거의 차별대우를 받고 있지 않은 태국여성들은 공공연한 남성들의 축첩에는 두손든 상태로 약간 자주의식이 부족한 편. 90%가 불교신자인 나라로 지금까지는 다산을 국가시책으로 장려해왔으나 가족계획에 대한 인식이 주로「인텔리」여성들 사이에 싹트기 시작한다고 이 여사는 말한다.
임신 중절은 엄격히 금지돼있어 「라오스」까지 수술을 받으러 가야 할만큼 아직 국가가 가족계획에 관심을 갖고있지는 않다.
왕족·귀족·평민·서민의 계급제도가 아직까지 뚜렷하고 서민출신의 하녀를 고용하면 서민용 화장실과 거처를 따로 지어야 할만큼 구별이 엄격하지만, 젊은 남녀들은 계급을 뛰어넘어 결혼도 하고 자유주의 사상에 젖기도 한다. 그러나 매혹적인 몸매를 한 태국여성들은 아직도 보수적이라 시골까지 「프로판·개스」가 공급돼있는 문화수준 속에서도 서민출신의 여성들은 가정부 이상의 꿈을 갖지 않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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